고 이건희 회장 애니콜 화형식으로 그룹 부활의 모멘텀 만들어 이후에도 '위기 경영' '준법 경영' 등으로 그룹 전반 위기 의식 보내 이재용 회장, 경영 진단 등에도 그룹 생존 위기 이어지자 경영층에 사실상 '최후 통첩' 보낸 셈 그룹 계열사 전반의 경영진단 이어질 듯 인적 쇄신 이어 사업 재편 등 물적 구조조정 뒤따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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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전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세미나에서 위기의식을 높이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이 사실상 경영진에 과거 '애니콜 화형식'에 준하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이번 임원 세미나를 마치면 각 계열사와 사업부문별로 고강도 사업 재편과 인적 쇄신 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삼성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 대처에 대한 강력한 주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장은 현 삼성의 상황에 대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어 경영진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나섰다. 이 회장은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고 알려졌다.◇ 이례적 목소리 높인 이재용 … 사실상 '제2의 애니콜 화형식' 해석이 회장은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 영상에 등장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무게감을 갖고 메시지 전달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그동안 삼성의 위기 상황 가운데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말을 아껴왔던 이 회장의 경고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이 나온다.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는 사실상 과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행해진 '애니콜 화형식', '프랑크푸르트 선언'만큼 심각한 의미를 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과거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은 경영과 기술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도약을 다짐하면서 새 역사를 써왔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95년 이 선대회장의 지시에 따라 시중에 판매된 무선전화 애니콜 15만 대를 전량 회수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운동장에 쌓은 뒤 임직원 2000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산산조각 내고 화형식을 치른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이다.삼성은 이 애니콜 화형식을 기점으로 갤럭시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 신화를 만든 전례가 있다. 이번 삼성 위기에도 이 같은 강도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 안팎에서 거론됐지만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위기상태는 유야무야 이어지고 있다.그런 가운데 이 회장이 임원들에게 작정하고 쓴 소리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메시지에서 이 회장이 '생존'이나 '사즉생'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 위기의식을 높이고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 올해 삼성 임원들의 최대 과업이 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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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데일리DB
◇ 임원들 '발등의 불' … 사업·인적 쇄신 실행 속도낼 듯결국 이번 임원 세미나를 마치고 나면 각 계열사별로 위기극복과 생존 방안을 위한 치열한 작업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복합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큰 얼개를 짰다면 이제는 이를 구체화해 직접 실행에 나서 성과를 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지난 연말 신설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신설 조직은 그룹 내 전략통인 최윤호 사장이 수장을 맡고 삼성 계열사별 사업 성과를 진단하고 사업별 미래 비전을 세우는 업무 전반을 지원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역할이 없지만 이번 이 회장의 위기극복 메시지에 따라 강도 높은 계열사 점검 및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삼성 위기론의 근원인 반도체 사업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 점검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도 강도 높은 경영진단으로 경쟁력 회복에 시동을 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이 회장이 세계 1등 사업인 메모리 분야에 대해서도 "자만했다"는 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만큼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AI메모리 사업에 쇄신의 칼을 들이밀 수 있다.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지 1분기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인적 쇄신과 사업 재편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문은 연내 HBM4 개발과 양산 목표를 이뤄야만 AI 시장에서 승산이 있는 '골든타임'을 맞이해 고강도 조직개편과 신규 책임자를 선임하는 등의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