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3.6조 유증 발표 후 논란 확산금감원, 한화에어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경영승계로 방산 담당 김동관 부회장 위상 높아져금융회사 차입 등 7.4조 추가 마련해 미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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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논란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뉴데일리DB
K-방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유상증자 논란에서 벗어나 11조원을 투자해 중장기 미래 전략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또한 한화의 경영승계가 이뤄지면서 방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1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 중인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김동관 부회장은 4.86%를,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3.23%를 받게 된다.증여가 마무리되면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시장과 김동선 부사장 5.37%로 바뀐다.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다.김 회장의 지분 증여로 인해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논란도 해소될 전망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20일 이사회 직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 방안을 발표했다.한화에어로는 유럽 방위비 증가 및 자주국방 추구, 미국 해양방산 및 조선 산업기반 강화 움직임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유증의 근거로 제시했다.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였고, 고려아연, 삼성SDI 등 앞서 유증을 발표했던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해 2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
- ▲ 지난달 25일 열린 한화에어로 주총 모습. ⓒ한화에어로
여기에 이번 유증을 두고 일각에서는 ‘편법 경영승계용이 아니냐’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도 했다.특히 유증 발표 이전인 지난달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 점도 논란의 요인이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상장 후 ㈜한화와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 경우 ㈜한화의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세 아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한화에어로 유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도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은 아프네’, ‘시기와 목적은 뚜렷하나, 방법에 대한 아쉬움’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세 아들에게 지분 증여를 통한 경영 승계로 이같은 의구심은 상당 부분 해소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번 경영 승계가 이뤄지면서 한화에어로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오해가 바로 잡힐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규모 해외투자 목적의 한화에어로 유증을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가 미래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는 유증 논란을 딛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3조6000억원에 더해 향후 벌어들일 현금과 금융회사 차입 등을 통해 7조4000억원을 마련해 총 1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구체적으로는 ▲폴란드 등 유럽 생산 거점 확보 및 중동 합작공장 설립 등에 6조3000억원 ▲첨단 방산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R&D)에 1조6000억원 ▲지상 방산 인프라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2조3000억원 ▲항공 방산 기술 내재화에 1조원을 배정했다.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인 이익 및 기업가치의 증대로 이어졌다”면서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 티어로 한 단계 도약하고 다시 한번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또한 올해 계획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지만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추진을 위한 조직 강화와 견조한 사업 토대 구축 방안을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 호주, 폴란드, 루마니아, 중동 등 주요 지역 거점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한편,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금감원은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의 구체적 필요성과 당위성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의 이사회 및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처의 상세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문제 삼은 바 있다.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회장의 지분 증여는 유증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면서 “한화다운 직접적이고 신속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자 자금이 사업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금감원에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