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대출 고삐에 은행 대출금리 인하 주저 금융당국, 토허제로 폭증한 거래 4월도 예의 주시예대금리차 사상 최대 … 소비자 혼란‧은행만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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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주탁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폭이 전월 대비 반토막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조이기를 재차 주문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세가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금융당국은 “4월이 진짜 고비”라며 여전히 대출 고삐를 죄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반짝 해제로 폭증한 거래가 시차를 두고 은행 주담대 증가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리지 못하는 반면 기준‧시장금리 하락을 명분으로 예금금리는 큰 폭으로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의 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원칙없는 오락가락 행보에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은행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5대 은행 주담대 1.8조 늘어 … 전월比 47% 줄어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주택대출잔액은 585조1584억원으로 전월 말에 비해 1조7977억원 늘었다. 2월 한달간 주택관련대출이 3조3836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액이 절반(47%)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오히려 1394억원 감소한 101조8195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총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5141억원 늘어나 전월 증가액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지속해서 잠잠할지는 미지수다. 4월은 이사철로 가계대출 수요가 높은 데다 올해 토지거래허가제의 반짝 해제로 주택 매매거래가 늘면서 주담대가 시차를 두고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토허제 해제로 인한 대출 폭등 신호가 언제 나타날지 지속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담대 신청부터 실행까지 통상 2개월 정도 시차가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4월부터 토허제 해제 영향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날 가계대출 대응 실무회의를 열고 서울, 경기 과천 등 아파트값 변동성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주담대 규모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다주택자 대출이나 조건부 전세대출 등 은행권이 시행 중이 대출 규제책의 실효성도 점검했다. 

    ◇대출금리 요지부동, 예금금리만 줄하락 … 예대금리차 7개월째 확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주저했다. 반면 기준‧시중금리 인하를 명분으로 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내렸다. 평균 예대금리차는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예대금리차란 각 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격차로, 은행 수익의 원천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책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1.38%포인트다. 예대금리차는 작년 8월 이후 꾸준히 확대 추세이며, 지난 2월은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가장 격차가 컸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47%포인트로 가장 컸고, 신한(1.40%포인트) 하나(1.40%포인트) 국민(1.33%포인트) 우리(1.30%포인트)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2월 예대금리차가 8.50%포인트로 압도적 1위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대출금리 내릴 때 됐다’며 은행을 압박하다 최근 토허제 해제 후 집값이 뛰자 ‘운용의 묘를 살리라’며 다시 대출을 조이면서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졌다“면서 “당분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일 경우 금융소비들의 대출 가수요를 촉발하고 민간소비 여력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한시적인 가계대출 증가 추세만 보고 중구난방으로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높은 대출 수요에도 대출 공급이 제한되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계대출 규제로 벌어진 예대금리차는 가계 금융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을 줄여 전반적인 민간소비를 떨어뜨린다”며 “정부가 직접 대출 총량관리를 개입하는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출 수요, 공급을 규제할 수 있는 일관성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