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 부당대출 자료 삭제 올해 1월까지 이어져책무구조도 시행 이후에도 은폐 … 법적 책임 발생내부통제 약속 공염불 김성태 행장, 책임론 대두
  • ▲ 김성태 기업은행장ⓒ뉴데일리
    ▲ 김성태 기업은행장ⓒ뉴데일리
    IBK기업은행에서 최근 88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이 터지며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부실이란 비판의 중심에 섰다. 특히 사건 진행 과정을 들여다 보면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이뤄진 부당 절차들이 적지 않아 ‘제1호 책무구조도(최고경영자 제재)’를 적용받을지 주목된다. 

    지난 2023년 취임 이후 연신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해 온 김성태 기업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1일 “(기업은행 부당대출 관련) 내부 제재 절차를 진행할 때 책무구조도도 포함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금융사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 검사 사례’를 통해 기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공모해 총 882억원(58건)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24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었는데, 금감원이 고강도 현장 검사를 벌인 결과 그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640억원이나 많았던 것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검사 발표에서 “현장검사 과정에서 퇴직 임직원, 임직원의 가족·친인척, 입행동기, 거래처 관계자 등 이해관계가 있는 자와의 부당한 거래(대출, 임대차 계약 등)이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이루어진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며 “부당한 거래(금융사고)를 인지하고도 평판 저하 등을 우려해 사고 축소·은폐를 시도하고, 금감원에 허위·축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기은 퇴직직원 G씨는 은행 직원인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및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과 공모하는 등의 방법으로 7년간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그 금액만 785억원(51건)에 이른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부당대출 혐의를 알면서도 허위·축소 보고하고, 자체 조사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은폐 시도 등에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기업은행에 대한 엄중 제재를 예고하면서도 올 1월부터 시행된 은행권 책무구조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부당대출이 취급된 게 지난해까지라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금감원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은행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금감원 검사 방해 목적으로 자료(파일, 사내 메신저 기록) 삭제를 한 건 올해 1월이라 책무구조도 적용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검찰도 기업은행 관련 지점과 차주 2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부당대출 사태가 책무구조도 시행일 이후라고 모두 적용되는 건 아니며, 적용을 위한 요건들이 있고 금감원 내 위원회를 거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했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검사 발표 직후인 26일 대국민 사과와 조직쇄신안을 내놨다. 쇄신안에는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부당대출 방지확인서를 받겠다는 방침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은 자체적으로 부당대출을 인지한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친인척 DB 구축, IBK 쇄신위원회 신설 등 쇄신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부당대출의 조직적 은폐에 대해서도 별도 입장이 없었으며, 기은 고위 임원 등 20명이 넘는 임직원이 연루됐음에도 현재까지 관련 임직원 절반 이상이 현업에서 근무 중인 상태로 구체적 대응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어 “김성태 행장이 전무이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행장 취임 이후까지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이 이뤄졌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달 중 기은에 대한 검사 의견서를 송부할 예정이다. 기은은 검사 지적사항을 토대로 답변서를 2~3주 안에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금감원이 제재 조치안을 만들면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재를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