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김병환 금융위원장에 사의 표명했지만 … "반려"임기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 尹 탄핵심판 선고도 '코앞'월권 논란 이어 돌연 사의 표명에 '정치 셈법' 의혹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가 반려된 '해프닝'을 밝히며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을 둘러싸고 이미 '월권' 파문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사퇴' 논란까지 빚으면서 정·재계 등에서 정치적 셈법에 따른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거부권 행사' 韓 총리엔 반기 … 尹 대통령 의중 넘겨짚기 논란

    이 원장은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 위원장의 만류로 반려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상법 개정안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직을 걸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책임 수순으로 비쳤다.

    하지만 전날 개정안을 재의요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반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행보로도 풀이됐다.

    이 원장은 라디오에서 한 대행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주주 충실 의무' 등을 근거로 "사실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계속 드린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해당 방송에서 "대통령이 계셨으면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을 하고 있다"고도 발언했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의 의중을 넘겨짚은 월권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정작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5일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 갈등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원장이 대통령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나아가 이 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상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가 거부할 수 없는 방법'을 '코치'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라디오에서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며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바로 지금 똑같은 내용을 통과하시기보다는 한 4~5월 정도까지라도 좀 기다려 주시라"고 주문했다.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이미 지금 마련돼 있는 비슷한 구조를 상법에다 마련을 하면 그런 상태에서 사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기 두 달, 尹 선고 사흘 앞두고 사의? … "정치 셈법" 의혹

    이 원장이 월권 논란에 이어 사퇴 해프닝까지 빚으면서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서는 "차기 행보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굽히지 않자 국민의힘에서는 "야당에 자리를 약속받지 않고서야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직을 걸겠다' 표명했으면) 사의 표명하고 반려할 것을 기대할 게 아니라 사직서 제출하고 짐을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공인의 올바른 태도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오만한 태도"라며 "금감원장이 감히 대통령을 운운하며 대통령과 자기 생각이 같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공직 경험에 비춰보면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임기를 두 달여 앞두고 전 금융업권에 대한 '기강잡기'에 나섰던 만큼 이 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같은 세평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고, 대통령 선고가 이번주 안에 이뤄지는데 사의를 표명해봤자 반려될 것을 스스로도 뻔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겠나"라며 "업계에 도움되지 않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일관하면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발판 삼아 정계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겠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원장 지휘하에 시작되거나 진행 중인 여러 정책들이 있는데 '남은 임기 동안 잘 마무리해서 잘 인수인계하겠다'는 게 아닌, 대통령 탄핵 선고 앞두고 '그만두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라며 "금감원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 정치인의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