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리 강화 경고에도 …보험사들 절판 마케팅 '기승'흥국생명 홍보자료엔 … '막판 가입 유도' 문구 다수 포함금감원, 31일부터 한화생명 영업현황 전반 본검사 착수
  • 4월 무·저해지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생명보험사들이 또 다시 절판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최근 주요 보험사 감사 담당 임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업권에선 막판 가입을 유도하는 판매 전략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금감원 서슬 퍼런데 … 흥국생명, 절판 의혹

    31일 뉴데일리가 확보한 흥국생명 홍보자료에는 "흥국생명 공지사항, 3월 마감 서두르세요"라는 등 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해당 자료에는 "무해지, 저해지 보험료 인상!" "경증 장기요양 납입지원특약 삭제" "상해보험 표준체고지로 변경" "가액축소! 인지지원(주·야간보호, 복지용구), 통풍, 대상포진, 1인실종합병원, 급여재활, 골절재활, 재해입원, 골절 등"과 같은 '인상 전 막차'를 시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나아가 "선심사 마감은 31일 18시30분까지" "4월 심사조건(가입한도, 심사기준 등) 변경될 수 있으니 유의바람" 등 촉박한 기한을 표현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흥국생명 홍보자료에는 치매·건강보장보험 상품에 대해 3월31일까지만 가능한 '보장한도'를 명시하며 "4월엔 한도 대폭 축소"라는 등 계약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 절판 마케팅은 판매중단 또는 보험료 인상이 예정돼 있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 가입을 독려하는 단기 마케팅 기법이다.

    '상품이 곧 사라진다'거나 '보장 내용이 축소된다'는 등의 긴급성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즉각적인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상품임에도 소비자가 조바심을 느껴 가입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불완전판매 및 부당승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또는 상품 개정 시기마다 절판 마케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무·저해지보험 판매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으며, 판매 실적이 급등하는 사례가 보고되면 불완전판매 여부를 파악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또한 최근 주요 보험사 감사 담당 임원을 소집해 절판 마케팅에 대한 주의를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판매량 일일보고를 받을 정도로 절판에 대한 감시를 강하게 하지만 현장에서는 '적발은 나중 일이고 우선 팔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흥국생명 측은 해당 홍보자료가 상품 개정에 따른 변화를 안내하는 절차일뿐, 절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 의혹에 대해 "보장한도를 늘리면서까지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절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한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안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된 만큼 보험사 입장에선 절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보험업권에서 보험료 인상을 근거로 한 소비자 압박성 절판이 벌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필요 시 검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업권에 대한 판매 모니터링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등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검사도 나갈 수 있다"며 "보험료 인상이 다가오면서 업권 전반에서 벌어지는 절판 마케팅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절판 홍보자료 자체가 보험사가 아닌 GA(법인보험대리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부분에 관해선 GA에 대한 보험사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금감원, 한화생명 영업현황 전반 본검사 착수

    앞서 금감원은 경영인 정기보험 상품과 관련해서도 절판 마케팅을 지적받았던 한화생명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CEO(최고경영자) 유고시 발생 가능한 경영 공백 및 재정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보장성 보험이다. 보험업계는 높은 환급률과 절세 효과 등을 내세워 상품을 영업해왔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관련 감독행정을 실시한 금감원은 지난해 말 판매 모니터링 기간 중 한화생명이 경영인 정기보험 상품을 644건 판매해 총 판매규모의 32.5%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화생명을 우선 검사대상으로 선정한 금감원은 이날부터 본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 관계자는 "경영인 정기보험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포함해서 영업 현황 전반을 검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재무건전성과 상품기획 및 판매채널 관리, 내부통제 등 한화생명 영업 현황 등에 대해 본검사를 실시하며 약 2~3주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