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여신업권 간담회서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 건의수수료 절감 통한 소비자 혜택 확대 및 정산주기 단축 효과은행권 반대에 제도화 무산 … 티메프 사태로 필요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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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째 제도 문턱에서 가로막혀온 카드업계의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번 무산됐던 과제가 올해 국회 문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드업계,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 요청

    9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일 열린 '민생경제 및 여신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의힘·여신금융 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 카드결제 범위 확대 등을 건의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급결제서비스의 혁신,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등 여신금융업권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카드사는 수신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아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결제 가능하다. 자체 입출금 계좌가 없어 정산 과정에서도 은행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

    업계에 따르면 4개 주요 카드사가 지난 2023년 기준 은행에 지불한 수수료는 3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전용계좌 도입 시 고도화된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수수료 절감을 통해 소비자 혜택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산 주기 단축으로 휴일 대금 지급이 가능해지면 소상공인의 자금 유동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운영할 경우 거래 과정 단축, 수수료 등 비용 절감은 물론 자금활용도 가능하다"며 "계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및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숙원사업, 규제 장벽에 막혀 … 전용계좌 도입 '제자리'

    카드업계가 수년간 추진해온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개정해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하지만,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제도화에 실패했다. 

    카드업계는 202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전용계좌 도입을 건의했지만, 한국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은행법 상 건전성 규제 측면에서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을 반대해왔다. 특히 2023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지급결제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지급결제 전용계좌의 필요성은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부각됐다. 카드 결제가 이뤄진 후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입점 판매자들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명품 플랫폼 '발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구조 개선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전용계좌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계좌 개설은 은행의 고유 업무이며, 카드사에 동일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증권사들이 2004년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카드사에도 유사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용계좌 허용은 형평성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정치적 변수도 제도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금법 개정 논의가 다른 경제정책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전금법 개정을 디지털금융 혁신 과제로 제시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도 2004년부터 CMA를 운영하고 있는데, 카드사도 자체 계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전용계좌 도입은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필요성을 제기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