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성장률 -0.2% … 3개 분기 만 ‘역성장’건설·설비투자,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 영향 사상 첫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 내달 연간 성장률 전망치 수정 불가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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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한국경제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또 다시 역성장했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수출, 정부소비 등이 일제히 부진한 영향이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로 떨어진 것은 과거 외환, 금융위기에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 흐름이 '-0.2%→0.1%→0.1%→-0.2%'로 이어지며 통계 작성 이래 첫 4분기 연속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저성장 쇼크’가 현실화되면서 우리나라가 퍼펙트스톰(복합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분기 성장률 -0.2% … 3분기 만 역성장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GDP(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국내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지난해 2분기(-0.2%) 이후 처음으로, 3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국내 GDP는 역사상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0.1% 이하로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률은 ‘-0.2→0.1→0.1→-0.2’ 등으로 이어졌다.

    과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당시 그 해 4분기부터 성장률이 3개 분기 동안 △-0.6% △-6.7% △-0.8%를 기록했지만, 네 번째 분기(1997년 3분기)에는 2%라는 큰 폭의 회복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코로나19 팬데믹(2020년)에도 2개 분기 연속으로 0.1%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세 번째 분기에는 1~2% 성장했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다.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도 0.1%씩 빠졌다.

    지출항목별로 1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는 -0.6%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은 0.3%로 내수 부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건설투자가 -0.4%포인트, 설비투자가 -0.2%포인트를 기록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1분기 역성장 배경에 대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미국 관세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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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스톰 우려 확산 … 내달 연간 성장률 전망치 수정 불가피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과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인한 ‘퍼펙트 스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 IMF는 최근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우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린 2.8%로 낮췄다.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 소비회복 지연 등으로 미국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도 관세 조치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기존 대비 0.6% 포인트 낮아진 4.0%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 5.4% 깜짝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낸 영향이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145% 관세 폭탄 영향이 반영되면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간 목표 성장률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치면서 한국 연간 경제 성장률도 한은의 전망치(1.5%)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내달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미국의 관세 정책을 고려하면 2월 전망 당시의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