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판토스·한화시스템 등 기업 자금조달 움직임 활발 수요예측서 잇단 흥행…증액 발행 줄이어 업종·신용등급별 양극화 현상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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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채 금리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만 업종별, 신용등급별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따라 흥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LX판토스·GS칼텍스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LX판토스(AA-)는 1500억원 모집에 1조54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400억 원 모집에 4500억원, 3년물 700억원 모집에 9500억원, 5년물 4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LX판토스는 민평금리 기준 -30~30bp의 금리를 제시해 2년물 -4bp, 3년물 -8bp, 5년물 -19bp에 목표액을 확보했다.
GS칼텍스(AA+)는 3년물 700억 원 모집에 6700억원, 5년물 500억원 모집에 5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1조1700억원을 확보했다. GS칼텍스는 민평금리에 -30~30b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3년물은 -4bp, 5년물은 2bp에 목표액을 채웠다.
한화시스템(AA-)도 지난 21일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의 6배가 넘는 주문을 받았다. 2년물은 500억원 모집에 4100억원, 3년물은 1000억원 모집에 6500억원, 5년물은 500억원 모집에 2300억원 등 총 1조29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금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등급 민평금리 기준 2년물은 -7bp, 3년물은 -9bp, 5년물은 -13bp에 각각 모집액을 채웠다.
대한제당은 신용등급이 A-급으로 우량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실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보다 6배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대한제당은 3년물 300억원 모집에 19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대한제당은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기준 ±3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의 금리를 제시해 -24bp에 목표액을 채웠다.
회사채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발행 계획보다 증액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SK네트웍스도 이달 발행하는 회사채 규모를 15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늘렸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초 1000억원 계획에서 2000억원으로, 삼천리는 8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세아제강은 800억원에서 1600억원까지 증액 결정했다.
대한제당과 한화시스템은 각각 최대 500억원, 4000억원의 증액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까지, LX판토스는 2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의 여파로 이어진 국고채 금리 하락 영향이다.
지난달 말 국고채 5년물, 3년물 금리는 각각 2.645%, 2.569% 수준에서 이달 24일 기준 각각 2.444%, 2.341%로 내렸다.
채권 시장의 기준 금리 역할을 수행하는 국고채 금리의 하락은 일반적으로 회사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회사채 시장에 활력을 준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업종별, 기업 신용등급별로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A+)는 증액 발행에 성공했지만 개별 민평금리 대비 0.25~0.3%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건설·플랜트 등 우려 업종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감지되는 모습이다.
비우량채인 하림지주(A-)는 이달 초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일부를 채우지 못했다. 하림지주는 1.5년물 700억원 모집에서 880억원, 2년물 500억원 모집에서 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2년물에서 100억원 미달이 나며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공개한 '최근 신용증권시장 여건 점검과 평가' 보고서에서 "회사채와 CP 발행시장 역시 모두 상당 규모의 순발행이 이뤄지는데다 회사채 수요 예측 참여율도 높아 대체로 신용증권 시장은 최근 양호한 흐름"이라면서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비우량물의 비중이 줄고, 업황이 좋지 않은 일부 기업의 회사채는 매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신용 스프레드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최근 전반적 신용증권시장 상황은 좋지만 일부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어려워지는 만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무역분쟁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신용증권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실적이 나빠져 현재 일부 취약부문에 국한된 신용 경계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