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킥스 70% 이하 보험사 9곳 … 현대해상·흥국화재 등보험사, 공동재보험 통해 금리 리스크 전가 … 요구자본 감축보험개발원, 생명보험 공동재보험 시스템 구축 예정 … 연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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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자본의 '양'보다 '질'을 따지는 기본자본 중심의 신지급여력(K-ICS·킥스) 도입을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1분기 자본성증권 발행이 5조원에 달할 정도로 보완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규제 방향이 바뀌자 업계는 요구자본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공동재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사, 상반기 자본성증권 5조 육박 … DB손보·현대해상 각각 8000억원 발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총 4조7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8조655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 가운데 DB손보와 현대해상이 각각 8000억원을 조달하며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자본성증권 발행이 잇따른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킥스 비율 하락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 평가액이 늘어나 킥스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킥스가 낮아진 영향을 보완하기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에는 자본성증권 발행 속도가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 1분기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킥스 권고치를 기존 150%에서 130%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보완자본보다는 기본자본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감독 기준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당국은 상반기 중 '기본자본 킥스' 도입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향후 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사에는 적기시정조치 등 제재가 적용될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70%에 못 미친 보험사는 총 9곳이다. 현대해상(57.5%) 흥국화재(53.1%) 푸본현대생명(43.1%) 하나손보(42.7%) KDB생명(24.8%) 등 중대형 보험사를 포함해 iM라이프(12.5%) 롯데손보(-1.6%) MG손보(-7.4%) 등도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캐나다와 유럽 등 주요국은 기본자본 킥스를 50%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요구자본 줄이자" … 보험업계, 공동재보험에 '눈길'

    기본자본 킥스 도입은 보험사들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돼 온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보완자본에 해당해 기본자본 킥스 산정 시 제외되기 때문이다.

    기본자본 킥스는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일부 평가이익 등 핵심 자본만을 기준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배당 축소, 영업이익 확대 등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이는 주주가치나 수익성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단기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요구자본을 줄이는 방식의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리 리스크 완화를 위한 파생상품 활용이나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보다 실효적인 해법으로는 ‘공동재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공동재보험은 원수보험사가 위험보험료뿐만 아니라 저축보험료의 일부까지 재보험사에 가입하고 보험위험과 함께 금리위험까지 이전하는 방식이다. 기존 재보험이 보험위험 중심의 위험 분산 수단이었다면 공동재보험은 보다 폭넓은 리스크를 재보험사와 나누는 구조로 설계된다.

    보험사의 리스크 총량이 줄어들면 킥스 산정 과정에서 요구자본 감소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산과 부채 간 만기 구조 차이로 인한 금리 리스크(듀레이션 갭)가 큰 생명보험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부채의 금리 민감도를 재보험사에 일부 이전함으로써 자본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보험개발원은 생명보험 공동재보험 시스템을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스템에는 회계정책 매뉴얼과 현금흐름 산출 및 부채결산 시스템도 포함돼 보험사의 회계처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보험사 기본자본 K-ICS 비율 점검' 보고서를 통해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요구자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위험전가를 위한 공동재보험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자본변동성 완화, 금리위험액 축소를 위해 ALM(자산부채종합관리)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의 대응 방안으로 공동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