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준 전 의원 "정 회장에 정계 입문 많은 제안 보내"탄핵 직후 '경제' 내세우자 명분으로 오퍼SNS #멸공 논란 등 실현 가능성은 '제로'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민의힘으로부터 정계 입문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기업인 출신 인물의 정치권 진출 가능성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정용진 회장은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멸공', '박멸'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우회적으로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과 재계 총수로서의 역할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이 실제로 정치 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서 "제가 알기로도 국민의힘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서 (정용진 회장에게) 의사 타진을 했다"면서도 "잘 아시는 것처럼 기업인들이 정치에 좀 들어오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기업 경영하는 데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정용진 회장 같은 경우는 이미 우리 재계를 대표하는, 미국에 많은 네트워크가 있으신 분"이라며 "트럼프 주니어와의 관계를 통해서 (한미 관세 협상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국민의힘이 어려움에 처하자, 여권 안팎에서 경제인을 한번 내세워 보자는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정용진 회장 측에 정계 입문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 ▲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월 워싱턴을 찾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가운데)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씨(오른쪽)를 소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월 워싱턴을 찾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가운데)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씨(오른쪽)를 소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최근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해 25%의 상화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통상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기업인의 민간 외교에 거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용진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서로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언급되는 인물인 만큼,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10위권 내외 대기업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방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총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오는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주니어는 한국 재계 인사들과 회동하는 것 외에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다. 정·관계 인사와의 만남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곧 방한하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함께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작업)와 관련 거제의 한화오션과 울산의 HD현대중공업 조선소 현장에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일정이 짧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도 면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식품 수출 비중이 높은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미국과 인공지능(AI) 사업 부문 협력을 희망하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등도 주니어와의 대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인들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되는 유력 인사와 대면하는 흔치 않은 기회라서 통상 관계는 물론 대미 투자를 비롯한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두루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자리를 주선한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거의 모든 방한 일정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트럼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한국 기업인 최초로 만났으며, 올해 1월에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 글로벌 정·재계 인사와 회동하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뉴데일리DB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뉴데일리DB
    폭넓은 글로벌 인맥과 발 빠른 실행력을 갖춘 정용진 회장의 정계 입문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지만, 재계 서열 11위인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총수로서의 역할과 막중한 책임감을 고려했을 때 현실화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의 정치권 진출은 그룹 이미지에 불확실성을 키울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경영과 주주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할 위치를 감안할 때, 정 회장이 실제로 정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