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T-50·수리온 등에 탑재되는 엔진 생산엔진 시운전실에서 최종 연소시험 이뤄져스마트 팩토리서 다양한 로봇들이 작업 진행2030년 중후반까지 첨단 항공엔진 독자개발 비전
  •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K-방산’이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품질 경쟁력에 납기 준수가 뛰어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재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통해 K-방산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방산의 주역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5개사 현장을 찾아 이들의 진가(眞價)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엔진 시운전실 테스트 설비 모습. ⓒ한화에어로
    ▲ 엔진 시운전실 테스트 설비 모습. ⓒ한화에어로
    "연소시험실 너머로 들리는 항공기 엔진의 굉음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하게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은 지난 1979년 설립돼 현재까지 46년간 항공기, 전투기, 헬기 등 다양한 항공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항공엔진 분야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면서 ‘항공엔진의 요람’인 창원1사업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3시간 동안 KTX를 타고 창원중앙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20~30분 정도 이동해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보안앱을 활성화하고 나서야 40만6000㎡(약 12만3000평)의 사업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엔진시험동 앞에 도착하니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F414 엔진, T-50 계열 항공기에 장착되는 F404 엔진, 최초 국산헬기 수리온에 달리는 T700 계열 엔진 등 다양한 항공엔진 모형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출고 전 최종 연소시험을 진행하는 엔진 시운전실에 들어섰다. 엔진 소리가 서서히 들리는데, ‘이곳에서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우선 제어실에 진입할 때 20cm 정도 두께의 문을 통과해야 했고, 내부에는 모니터와 각종 계측 장비들이 있었다. 제어실 창문으로 F404 엔진이 거치대에 놓여 있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웅장함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는 KF-21, T-50, 수리온 엔진 등 총 7개의 항공엔진의 연소시험이 이뤄진다. 다만 이날 보안, 안전 등의 이유 등으로 실제 연소시험은 진행되지 못했고, F414 엔진의 시연 영상만 볼 수 있었다. 
  • ▲ F100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
    ▲ F100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
    엔진 뒤쪽 노즐에서 화염이 뿜어지는데, 스로틀 레버를 올리자 화염의 크기와 굉음이 더욱 커졌다. 불꽃의 색상도 처음에는 흰색에서 빨간색,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흔히 영화에서 접할 수 있었던 전투기 엔진의 출력 장면이 떠올랐다. 

    제어실과 엔진 시운전실 사이의 벽 두께는 2m에 달했는데, 왜 이렇게 두꺼운 벽이 설치된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정도의 안전시설을 갖춰야 방폭, 방진, 방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승두 한화에어로 상무(창원1사업장 사업장장)는 ‘기술력이 곧 핵심 경쟁력’이며 46년 동안 글로벌 시장 신뢰를 축적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항공엔진은 기상 상황은 물론 강우, 조류, 얼음, 먼지흡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유사시 신속한 이륙을 위해 시동을 건 후 2~3분 이내에 최대 출력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FAA(미국 연방항공청), EASA(유럽항공안전청) 등 국제 공인 기관을 통해 엔진 파손 시 기체 보호를 위한 밀봉 설계 인증, 공기흐름으로 인한 기체 하강 시 자체적인 회복 능력에 대한 요구 등 200여 항목이 넘는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는 군수 엔진분야 기술을 인정받아 항공엔진 부품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 세계 3대 엔진 제작사인 미국 GE, 영국 롤스로이스, 미국 프랫앤휘트니(P&W)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 ▲ 스마트 팩토리에서 자동화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 ⓒ한화에어로
    ▲ 스마트 팩토리에서 자동화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 ⓒ한화에어로
    특히 2025년 P&W와 항공기 엔진의 개발, 양산은 물론 애프터 마켓까지 엔진사업 전체의 리스크와 실적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엔진 국제공동개발(RSP) 사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단순 부품공급을 넘어 글로벌 개발 파트너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후 엔진부품들을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이동했다. 각종 로봇들이 쉴새 없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각종 가재들이 가지런히 분류됐는데, 공정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한화에어로에 따르면 1만1000㎡(약 3300평)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 내부에 로봇 장비 80여대가 배치됐으며, 실제 내부에 현장 작업자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아울러 설비 가동현황 등이 모니터로 나타났는데, 실제 내부 모습을 디지털 디자인으로 변환한 형태였다. 이를 보면서 어떤 작업 공정에서 얼마나 작업이 이뤄졌는지, 작업 중 이상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정부와 협력해 2030년 중후반까지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6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을 독자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은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규정에 따라 엔진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 ▲ 태극기와 한화에어로 깃발이 나란히 걸린 모습. ⓒ한화에어로
    ▲ 태극기와 한화에어로 깃발이 나란히 걸린 모습. ⓒ한화에어로
    이에 따라 항공엔진 독자개발은 자주국방이라는 의미가 크다. 이날 작업장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있다거나 ‘국가전력사업’, ‘국가안보 기여’, ‘경제적 파급효과’, ‘세계제일의 사업장을 만들자’ 등의 애국(愛國)적인 표어를 봤던 게 연상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는 창원1사업장을 중심으로 엔진 개발 및 생산을 넘어 항공엔진 MRO(유지보수·수리·점검)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개발한 FA-50, T-50, KF-21 등 군용 항공기 수출이 확대되고 엔진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 항공엔진 MRO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정 KPM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엔진 MRO 시장은 2023년 430억 달러(약 60조원)에서 2033년 634억 달러(약 88조원)까지 상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창원1사업장을 둘러보면서 해외주둔 미군이 운용 중인 장비들을 우방국에서 정비하는 RSF 정책도 언급됐다.

    이 상무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권역의 미군 헬기, 항공기 엔진을 국내에서 정비하게 된다면 미래 먹거리 확보는 물론 한미 동맹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현재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단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