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첫 무역협상 종료 … 공동성명 오늘 발표 예정"실질적 진전" 평가 … 초고율 관세 조정 여부 관심"미중 간 관세 100% 이상 높으면 리스크 경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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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유럽연합
양보 없는 초고율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첫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이면서 그 결과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0~11일 진행한 이틀간의 협상 끝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양국 간 통상 갈등이 누그러질 조짐도 커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승자 없는 미중 치킨게임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양국이 관세 수준을 얼마나 낮췄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국과 중국은 11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첫 고위급 '관세 담판'을 종료하고 나란히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례적으로 12일 중요 합의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무역협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양국 모두 초고율 관세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이틀째 협상을 마치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번 회담을 두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함께 협상에 나섰던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를 부과했고, 우리가 중국 측과 이룬 합의는 그 국가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은 양국 간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수 있음을 반영한다"고 밝혔다.중국 측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이번 회담을 두고 "솔직하고 심도 있고 건설적이었다"며 "상당한 진전과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측은 동등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과 미국 경제, 무역 관계는 상호 이익이 되며 본질적으로 윈윈"이라고 강조했다.12일 오전(현지시간) 공동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미중 간 협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관세전쟁에 들어간 후 첫 진행한 것이다. 이에 양국이 관세 인하 등 구체적 성과가 나올지가 관심이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 145%인 대중국 관세율에 대해 80%까지 조절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에서는 마약 관련 20%, 상호관세 34% 등 총 50%대로 인하하는 협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양국이 관세율 인하에 합의했다면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협상만으로는 현 교착 상태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이번 협상을 두고 중국이 낙관적인 입장만을 밝힌 것은 아니어서다. 허 부총리는 "세계 경제에 더 많은 확실성과 안정성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도 "양국 간 일부 차이나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요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미국의 대중국 상호관세는 당초 34%였으나 중국의 보복 관세에 125%까지 끌어올려 중국에 145%의 폭탄관세를 매겼다. 중국도 미국에 대해 125%까지 관세를 높이고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이번 협상에도 양국간 관세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실질적 양국간 무역 관계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을 1·2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으로선 미중 협상이 잘 마무리돼 미중 간 갈등이 일정 부분 봉합되어야만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울 최소화하고 볕들 날이 찾아올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다른 나라에서 다 관세가 낮춰져도 미국과 중국 간 관세가 100% 이상 높은 상황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가 우려되고 다운사이드(경기 하락) 리스크가 경감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은 북경사무소는 이달 초 미국이 대중 상호 관세 조치를 상당폭 낮추기 전까지는 미중 간 무역협상 진전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우리 경제가 제제 위험에 직면했다는 경고등도 켜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금융제재 리스크 증가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이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산돼 수출 통제 품목 확대와 금융 제재 연계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수출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의도치 않게 제재 대상과 연결될 가능성이 커져 한국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을수록 이같은 제재 위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이 지난해 기준 50만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704곳을 대상으로 공급망 위기 관련해 설문한 결과, 수출 기업의 79.6%는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한 공급망 위기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42.4%는 중국의 원자재 수출 통제로 인한 공급망 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이후 미중 갈등 격화로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 우려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지원과 미중 충돌에 대비한 가이드라인과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담은 양국 간 무역 긴장 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신호로 아직 세부 내용을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기 협의체 구성을 비롯해 긍정적 방향으로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만일 입장차가 실제로 좁혀지지 않았다면 90일 유예 이후까지도 장기전 형태 돌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