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대폭 낮추고 90일 적용 합의품목관세 등 불확실성 컸던 반도체에 희소식미중 관계 개선 시 삼성·SK 실적 개선 속도중국 내 생산공장 활용도 높일 수 있어 기대감
  •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를 90일 간 대폭 낮추는데 합의하며 화해모드에 들어서면서 관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산업 분야 중 하나인 반도체가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AI(인공지능) 수요로 성장 모멘텀을 맞은 반도체업계가 관세 이슈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기록을 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0~11일 이틀 간 고위급 마라톤 협상을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 제품에 매긴 보복관세 또한 125%에서 10%로 낮아진다. 양국은 이 같은 합의를 오는 14일까지 조치해 앞으로 90일 간 인하된 관세를 적용하고 후속 협상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해빙모드에 산업계는 크게 동요했다.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날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모두 급등세를 이어가며 관세 리스크가 사라질 기대감으로 크게 반등했다.

    특히 기술주가 상승장을 이끌었다. 아마존, 애플, 테슬라, 베스트바이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6~8% 치솟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관세 사정권에 있었던 반도체, IT,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미국과 같은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관세 시행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의 산업군이 미중 간의 관세 완화로 상황이 유리해질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수입품 관세를 완화하면서 중국을 거쳐 미국에서 최종 소비되는 반도체, IT 하드웨어 분야가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였던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관세 완화 합의로 가장 안도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반도체는 미국 정부가 정한 품목별 관세 적용을 아직 받고 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관세 지정 가능성을 여러차례 시사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높아져 우려가 깊었던 상황이다.
  •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반도체업계에선 최근 AI가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주요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불확실성이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심호돼 평균 관세율이 40%를 넘어서는 경우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기존 예상 대비 34%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면서, 관세율이 20~40% 정도가 되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7360억 달러(약 1041조 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율이 10% 수준일 때는 시장 규모가 7770억 달러(약 1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관세가 반도체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못지 않게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선 미중 간의 해빙모드가 일단은 반갑다는 분위기다. 최근 AI 수요로 고성능 메모리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관세 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왔던만큼 관세 리스크를 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더불어 중국 내에 두고 있던 생산공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더 넓어진다. 몰려드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국내 생산공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에 레거시 생산라인을 계획보다 일찍 철수하고 전환하는 과정에 한창인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 생산공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생산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