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증질환연합회, 21대 대선 보건의료공약 제안 콘트롤타워 재설계 요구 … 갈등 해결 구심점 확보김성주 회장 "의료대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정상윤 기자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정상윤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다시 찾아올 팬데믹 위기, 의료인력 정책 갈등에 직면하면서 기존 보건복지부 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국민건강부' 신설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보건부 독립을 넘어 환자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3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21대 대선 후보자들에게 주요 공약을 제안하면서 국민건강부 신설을 1순위 아젠다로 설정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2022년 기준 노인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562만원이다. 이는 전체 국민 평균의 2.3배에 달한다"며 "전체 진료비의 43%가 노인 진료에 집중돼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고령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다. 향후 노인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응할 보건의료 체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까지 우리나라는 4~5년마다 신종 감염병에 노출됐다. 팬데믹 초기 진단 및 대응의 혼선, 의료체계 마비, 경제활동 위축, 사회적 불신 등 파급효과는 막대했다. 차기 팬데믹은 조류독감(AI)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2020년 GDP 성장률은 –0.7%로 급락했다. 감염병의 위협은 이제 반복적이며 장기적인 구조로 바뀌었지만, 감염병 대응을 총괄할 독립적 기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질병관리청, 식약처, 보건복지부가 분산된 구조는 위기 시 지휘 체계의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의대 정원 사태로 드러난 인력 정책의 '구심점 부재'

    2024년 초 시작된 의대 증원 사태는 전공의 파업, 의대생 수업 거부, 전면 진료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갈등은 단순히 증원 찬반을 넘어서, 의료인력 수급을 장기적이고 정교하게 조정할 전문 기구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현재는 의사 수요 예측, 전공과 간 균형, 지역 의료 인력 배치 등을 총괄적으로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복지에 밀려 보건 관련 정책 설계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명칭과 달리 점점 '복지' 중심 부처로 재편돼 왔다. 연금개혁, 사회서비스 확대 등으로 복지 분야가 커지면서 보건 분야는 예산과 인력 모두 위축된 상태다.

    ◆ 국민건강부 신설, 왜 필요한가

    김 회장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부 신설이 필요하다. 이는 복지 기능(연금, 사회보장 등)과 보건 기능(질병관리, 건강증진 등)을 분리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건의료 위기 대응 능력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이를 기반으로 ▲질병관리, 감염병 대응, 의료정책 설계 등 보건 중심 행정 강화 ▲지역거점 공공병원 및 필수의료 기반 확대를 중앙정부가 주도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통합 관리로 보장성과 행정효율성 제고 ▲의대 정원, 전공과 수급, 지역 인력 배치 등 장기적 정책 설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8개국 중 63.2%에 해당하는 24개국은 보건을 전담하는 독립적인 중앙정부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보건 문제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국가안보·경제 안정과 직결되는 핵심 기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한국 역시 팬데믹과 고령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기존의 복지 중심 구조로는 대응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국민건강부 신설 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 수도권 쏠림 억제가 열쇠 … 의료대란 재발 중단
     
    국민건강부 신설과 함께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실질적 확충이다. 지역의료를 책임질 공공병원에 대해 병상·시설·전문인력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지역별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갖춘 '책임의료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김 회장은 "지역의사제의 조속한 실행도 요구된다. 수도권 집중과 일부 진료과 기피현상은 시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며 정부가 지역의료에 필수적인 인력을 직접 양성하고 배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련의 과정에서 의정 갈등 반복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료대란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정부나 국회 차원의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공급체계가 더 이상 파행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이 법은 공공의료 제공을 국가의 책무로 명확히 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공적 인력 양성, 공공의대 설립, 응급·분만 인프라 보호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