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임원겸임 합병 승인으로 절차적 문제 해소양사 주요 주주 큰 틀의 합병 합의 … KT만 남았다KT 버틸지가 관전포인트 … 이재명 정부 토종 OTT 육성 공약
  • ▲ KT 사옥. ⓒ뉴데일리 DB
    ▲ KT 사옥. ⓒ뉴데일리 DB
     “현재 공식 입장은 없습니다.”

    티빙-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의 합병 승인에 대한 KT 측의 반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의 임원겸임 방식의 기업결합을 승인 받으면서 양사 합병의 마지막 관문은 KT 결정에 달렸다. KT는 티빙의 주요 주주다. KT의 동의 없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양사의 임원만 겸임하고 법적으로 두 개의 법인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K-OTT 플랫폼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KT가 끝까지 반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최대주주 CJ ENM은 최근 KT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공정위가 티빙과 웨이브의 임원겸임 방식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남은 절차는 KT의 동의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는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의 지분 13.54%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22년 KT의 자체 OTT 서비스 KT시즌이 티빙에 합병하면서 티빙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분만 보면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의 48.85%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KT의 동의 없는 합병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KT의 지분을 매수할 경우 합병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공중파 방송사 사이에서도 합병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CJ ENM 측은 “현재 KT를 제외하면 티빙-웨이브 주주들은 어느 정도 큰 틀에서 합병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이제 공정위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KT와의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KT는 침묵을 고수하는 중이지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은 있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는 지난 4월 ‘KT그룹 미디어토크’ 행사에서 “KT 입장에서 티빙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미디어 사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맺은 전략적 투자 제휴”라며 “당시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나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KT의 복잡한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IPTV 1위 사업자인 KT의 입장에서 OTT의 활성화는 가입자의 감소와 같은 의미다. 특히 공중파 콘텐츠를 강점으로 하는 웨이브가 합쳐질 경우 IPTV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KT가 끝까지 버티는 최악의 경우 티빙과 웨이브의 법인 합병 대신 임원겸직으로 통합 서비스를 출시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이번 티빙-웨이브는 합병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권의 풍향계에 민감한 KT의 특성상 결국은 합병에 찬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영화 이후 총수(동일인)가 없는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이사 교체가 반복돼 왔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5 문화강국을 실현을 목표로 문화수출 50조원 달성, 토종 OTT 등 K-컬처 플랫폼 육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시간 기준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33.9%지만 티빙(21.1%)과 웨이브(12.4%)가 합쳐지면 33.5%로 규모의 경쟁이 가능해진다. 정부 입장에서 토종 OTT 플랫폼의 강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