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령 미비 한계점 … 간호법 동시에 혼란 가중PA 교육기관 두고 갈등 확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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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진통 끝에 제정된 간호법이 오는 21일 시행된다. 간호계의 오랜 염원 속에 탄생한 법이지만,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논란과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으로 꼽혀 온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제도화와 간호사 배치 기준 법제화 문제는 하위법령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 진통 끝에 간호법 본격 시행

    간호법은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과 업무, 권리, 처우 개선을 별도의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2005년부터 시도돼 온 간호법 제정은 의료계 내부의 직역 갈등과 법안 반대로 수차례 무산됐지만 여야 합의로 최종 제정됐다. 

    간호법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운영돼 온 약 1만7000명의 PA 간호사 제도화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제 간호사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이뤄진 이후 일반적 지도와 위임 하에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초안을 공개하며 PA 업무를 45개 항목으로 제시했다. 수술 부위 드레싱, 동의서 초안 작성, 피부 봉합, 골수·복수 천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구체적 하위법령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 PA 허용 범위 두고 의료계 반발 

    간호법으로 허용된 상당수 업무는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수행해 온 것으로 의료계 내부 반발이 거세다. 일부 난이도 높은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인 간 역할 구분을 흐리고 법적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PA 업무범위와 관련 기준이 모호하다"고 했다. 간호법은 시행되지만 정작 그 변화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A 간호사 교육 주체를 둘러싼 논의도 첨예하다. 

    정부 규칙안은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여러 기관을 교육기관으로 포함했지만 간호협회가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간호협회는 PA 교육을 자격증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고제' 방식의 일관성 결여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유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오는 7월 이후에 입법예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PA 제도화는 하반기에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그전까지는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이 지속된다.

    ◆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필요" 공감대 확산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개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간호법 제29조는 국가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 수립 의무만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 법적 기준은 빠져 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상 간호사 정원을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를 2.5로 나눈 수'로 산정하지만, 1962년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배성희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수록 병원 내 사망률, 감염률, 입원 기간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다수 축적됐다"며 "이제는 연구와 통계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등 해외 주요국은 법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규정하고 있다.

    간호협회도 '병원급 간호사 배치 기준 마련 TF'를 운영 중이며, 7월까지 구체적 기준안을 마련해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간호법이 환자 안전과 간호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 법과 시행규칙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실효성 있는 법제화를 촉구했다.

    법 시행일이 임박했지만 핵심 지침은 부재한 상황이다. 의료계와 간호계, 노조 등 직역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PA 제도화와 간호사 배치 기준 법제화 등 주요 쟁점은 본격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태어나기도 전에 수술대에 오른 간호법'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현장의 혼란으로 환자 불편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