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묵은 의료법 시행규칙, 변화한 의료환경 반영 못 해간호계 "환자안전 확보 위해 법적 최소 기준 필요"중소병원 인력난 가중, 의료취약지 병상 축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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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 21일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 문제가 정책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현장의 간호사 부족 문제를 넘어, 환자 안전과 간호사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18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1962년 제정된 이후 60여 년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기준을 사용 중이다.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를 2.5로 나눈 수'라는 방식으로 간호사 정원을 산정하고 있는데 급속히 변화한 의료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중증 환자 비율 증가, 초고령사회 진입, 만성질환 관리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와 양상이 달라졌음에도 법적 간호사 배치 기준은 수십 년 전 틀에 머물렀다.

    간호계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간호법 제29조' 개정을 통한 법적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권고 수준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가진 최소 간호사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법으로 규정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 확보가 의무화돼 간호사의 업무 과부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환자 안전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의료기관 단체와 일부 의료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획일적 기준 도입이 중소병원·요양병원의 인력 충원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기관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이미 간호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법제화가 오히려 의료취약지 병상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주최로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토론회에서는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좌장은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주제 발제는 배성희 이화여대 교수가 맡는다. 

    현장 간호사, 환자단체, 보건의료노조, 법조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현장의 쟁점과 제도적 쟁론을 본격 제시할 전망이다.

    간호법은 이달 21일부터 시행되지만 간호사 배치 기준과 같은 핵심 규정들은 법제화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법 시행 직전부터 제기되는 간호 인력 배치 논란은 향후 보건의료 인력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재설계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간호법 시행 이후 환자 중심의 간호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 첫 걸음"이라며 "간호사 배치 기준의 법제화를 통해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간호사의 전문성과 노동권이 함께 존중받는 의료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