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 ECO 조선소서 LNG 컨테이너선 건조건조기술 지원·기술자산 투자 등 전방위 협력한화, 호주 오스탈·미국 필리조선소 지분투자상선·함정 건조, MRO 시장까지 … 인적교류도
  • ▲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의 조선소 전경. ⓒHD현대
    ▲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의 조선소 전경. ⓒHD현대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업 재건 동참을 구체화하며 미국의 조선·해양 핵심 파트너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미 조선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 중이다. 향후 미국 선박 시장에서의 수주 기회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국 시장 진출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해군력 증강을 위해 향후 30년간 1조750억 달러(1600조원)을 투입, 364척을 새로 건조할 방침이다. 또 에너지 정책 기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VLCC(초대형 유조선) 등을 대규모 발주할 예정으로, K-조선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과 함께 국내 조선사들은 한미 조선 협력을 구체화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

    ECO는 미국 내 5개의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로, 현재 해양 지원 선박(OSV) 300척을 직접 건조해 운용하고 있다. OSV 분야에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HD현대의 기술력이 더해져 미국의 글로벌 상선 건조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구매대행, 건조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블록 일부도 제작해 공급할 계획이다. 기술 자산에 대한 투자도 병행한다. 양사는 향후 협력 범위를 LNG 이중연료선 외에도 다양한 선종으로 넓히고, 안보 이슈가 강한 항만 크레인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개년 간 미국 조선사가 수주한 전 세계 컨테이너 운반선의 수는 미국 선주사에서 발주한 3600TEU급 3척이 전부다. 이에 ECO가 글로벌 선두인 HD현대에 협력을 요청했고,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 ▲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이로써 HD현대는 방산에 이어 상선으로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게 됐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방산 기자재 업체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현지 공급망 협력을 약속했다.

    한화오션은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과 미국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국 방산 및 상선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직접 진출한 사례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담당하며, 상선과 함정 건조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설비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야드로의 전환 작업과 함께 한화오션의 견습생 프로그램 기반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인력을 숙련공으로 키워내는 등 인력 충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은 또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 확보도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동시에 19.9%까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이달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며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승인을 결정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현지 조선소 투자와 협력은 물론 인력 및 지식교류로 분야를 확대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이달 24일 ‘한·미 조선 리더스 포럼’ 발족식을 열고 미국 주요 대학의 학생과 교수진을 한국으로 초청, 조선공학 관련 교육을 단기간 제공키로 했다.

    ‘한미 조선 리더스 포럼’은 한국과 미국의 조선공학 연구대학들이 양국의 조선공학 교육·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번 1차 포럼에서는 양국의 조선공학 교육 내용을 소개하고 향후 교육 협력 및 인력교류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대, 미 샌디에이고 주립대, HD한국조선해양 등은 ‘한미 조선 교육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의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방문을 시작으로 최근 미국 조선·해양공학 분야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한국 조선사를 찾아 양국의 파트너십을 확인하고 있다”며 “미국의 해군력 재건 의지와 선박 건조 계획과 맞물려 한국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