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사고 405건 분석 결과 발표도로 위 돌출물·낙하물 충돌이 주원인화물차·세단 특히 취약
  • ▲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
    ▲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
    전기차 하부가 도로 위 물체와 충돌한 뒤 즉시 이상이 없더라도, 한 달 이상 지난 후에 배터리가 고장 나는 '지연 고장' 사례가 상당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 충격에 배터리가 노출되기 쉬운 화물차와 차체가 낮은 세단형 승용차가 사고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 405건을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손상의 주된 원인은 주행 중 도로상 물체와의 접촉·충돌이었다. 

    사고 후 바로 괜찮아도 … "4건 중 1건, 1주일 뒤 고장 접수"

    이번 분석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지연 고장'의 높은 비율이다. 배터리 손상 사고 4건 중 1건(23.7%)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1주일 이상 지난 뒤에 보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6개월이 지난 후에야 배터리 손상이 발견된 사례도 2건 있었다. 

    이러한 지연 고장은 주로 차량 단독 사고에서 두드러졌다. 사고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다가,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배터리 경고등이 점등되어 정비소를 찾았다가 손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소는 충격으로 파손된 배터리 외관 틈으로 수분이나 습기가 유입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계절별로는 여름철(6~8월)에 사고 접수 비중이 30%로 가장 높았다. 이는 여름철의 높은 강수량과 습도가 이미 손상된 배터리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화물차·세단이 더 위험 … 배터리 노출·낮은 차고가 원인

    차종별 분석 결과, 전기 화물차의 배터리 손상 사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전기차 등록 차량 중 화물차의 비중은 21.2%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손상 사고 차량 중에서는 59.5%를 차지했다. 이는 화물차의 배터리가 외부로 노출된 구조여서 작은 충격에도 파손 위험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승용차 중에서는 SUV보다 세단형이 더 취약했다. 전체 승용 전기차 등록 비중은 SUV가 72%, 세단이 28%지만, 사고 차량 중에서는 세단의 비율이 38.9%에 달했다. 연구소는 세단형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상고(차량 바닥과 지면 사이의 높이)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도로상 돌출물·낙하물'과의 충돌이 42.3%로 가장 많았고, '과속방지턱·연석'이 24.3%로 뒤를 이었다. 특히 돌출물·낙하물 중에서는 '돌멩이'로 인한 사고가 30.8%를 차지했다. 

    박원필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운전자는 주행 중 하부에 큰 충격을 감지했다면 당장 이상이 없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손상이 조기에 발견되면 배터리 전체 교환 없이 손상된 부분만 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각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하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