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4.6조 … 컨센서스 25.6% 하회반도체 부진에 일회성 충당금 반영 영향하반기 메모리 위주의 실적 회복세 전망밥값한 갤럭시, Z폴드·플립7 흥행 기대감바닥론 속단 어렵다 시각도… 美 관세 관건
  • ▲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면서 하반기 전략에 시선이 쏠린다.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반등을 점치는 시각이 많지만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화하는 데다 품목별 관세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쉽게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 6개 분기만에 영업익 5조 아래 … 반도체 부진 '발목'

    8일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달성했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09% 줄었고 영업이익도 55.94%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4분기 2조8247억원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23년 2분기 6685억원 이후 2년 만에 최저다.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6조2119억원, 영업이익 6조183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전망치와 실제 실적을 비교하면 매출 2.9%, 영업이익 25.6%나 낮다.

    반도체 사업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했고, 낸드 가격 하락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는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에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삼성전자가 충당금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시장이 추산하는 금액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통틀어 적어도 수천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DS는 재고 충당 및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對)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메모리 사업의 경우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비메모리 사업의 경우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충당이 발생했으며, 라인 가동률도 저하가 지속됐다. 

    TV(VD) 및 생활가전(DA) 사업은 관세 미국발 관세 인상 영향뿐만 아니라 물류비 증가, 경쟁 심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냉장고, 세탁기 등 철강 파생 제품에 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4000억~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점치고 있다. 

    그나마 1분기 실적을 견인했던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2분기에도 전사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MX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2300억원) 수준이거나 이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2분기는 스마트폰 비수기로 분류되나 초슬림폰 ‘갤럭시 S25 엣지’ 등 출시 효과가 반영된 덕이다. 증권가는 2분기 갤럭시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5600만대에 달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전년 동기 5400만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중소형 패널 수요 약세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보수적으로 전망된다. 하만은 포터블 오디오와 헤드셋 판매 확대를 추진했으나,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 
  • ▲ 삼성전자는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달성했다고 8일 공시했다.ⓒ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달성했다고 8일 공시했다.ⓒ삼성전자
    ◇ 2분기 '바닥' 하반기 반등 본격화 … 일각선 "속단 일러" 시각도 

    시장에서는 2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보고 하반기 메모리 위주의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업황 개선에 힘입어 DS 부문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D램·낸드 등 메모리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시스템LSI 적자 폭 축소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 HBM에서는 HBM3E(5세대)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 타진에 나서는 한편, HBM4(6세대) 양산도 하반기를 목표로 서두른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빅테크 AMD, 브로드컴에 최신 HBM3E를 공급하는 등 HBM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에 대한 시장 기대도 커진 상태다. 

    낸드의 경우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시스템LSI는 내실 다지기를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와 고객 유치에 전념한다는 목표다. 첨단 2나노 공정에 주력하는 동시에 28나노 이상 레거시(성숙) 공정도 강화할 예정이다. 

    MX에서는 하반기 출시하는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플립7’으로 반등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뉴욕 브룩클린에서 ‘갤럭시 언팩 2025’ 행사를 열고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진행중인 새로운 갤럭시 사전 구매 알림 신청 참여자는 14일 만에 16만명을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 등 역대급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폴더블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화하는 데다 품목별 관세 등도 남아있어 쉽게 속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반도체·IT 기기 수요 둔화 가능성도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대상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의 발효 시점을 원래 예고한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또 다시 연기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재고 선행 확보(풀인효과)가 있었던 만큼 하반기에는 수요 둔화로 매출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8일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총 3조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뉴데일리DB
    ▲ 8일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총 3조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뉴데일리DB
    ◇ 하반기 반등 기대감·자사주 취득에 주가는 보합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보합세를 이어갔다.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감과 자기주식 취득 결정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오전 10시 9분 현재 삼성전가 주가는 장중 6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0.32%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총 3조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보통주 5688만8092주(3조5000억원), 우선주 783만4553주(4000억원)다.

    이번에 매입하는 3조9000억원어치 자사주 중 2조8119억원은 주주가치 제고, 1조1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 등으로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에 따라 지난해 11월 1차로 매입한 자사주 3조원어치는 지난 2월 전량 소각했다. 올해 2월 추가로 자사주 3조원어치를 매입했으며, 이 중 2조5000억원을 소각한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미하며, 소각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을 정해 시행할 계획”이라며 “주식기준보상을 위한 자기주식 처분 시점과 주식 수 등은 향후 이사회에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