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Jury Room] 2025 칸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심사위원장 인터뷰나오키 타나카(Naoki Tanaka) 덴츠랩 도쿄(Dentsu Lab Tokyo) CCO
  • ▲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작품처럼 말하고, 말처럼 생각하는 사람. 나오키 타나카(Naoki Tanaka)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심사실에서였다. 그리고 이번 칸라이언즈 2025, 이제는 덴츠랩 도쿄를 이끄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이하 CCO)가 된 그를 다시 만났다.

    언젠가 호주로 떠나 마음껏 서핑을 즐겨보고 싶다는 낭만주의자이자, 정교함과 집요함으로 무장한 크리에이티브 장인. 대화 내내 반복된 키워드는 '디테일'과 '몰입'이었다. 테크놀로지와 예술, 감각과 시스템을 넘나드는 멀티디서플리너리(multidisciplinary) 크리에이터이자, 이번 칸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는, 기술과 감성,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관찰이 깃든 작품에 유독 시선을 오래 두었다.

    기술이 크리에이티비티를 견인하고, 감성이 알고리즘을 확장하는 시대. 지금, '크래프트'란 무엇을 의미 할까? 그의 언어로 직접 들어보았다.

    "크리에이티브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바꾸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

    Q. 과학과 기술을 전공하고,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일본에서 가장 다학제적인 크리 에이티브 리더 중 한 명이 되기까지, 당신의 창의적 여정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재료 디자인을 전공했고, 논문과 학회 활동을 통해 논리적 사고와 실험, 리서치 기반의 창작 방식을 익혔습니다. 동시에 단편영화, 만화, 패션에 심취했고, 이 세이 미야케 매장과 빈티지숍에서 일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 상반된 세계의 충돌이 제 안에 서 화학작용을 일으켰고, 지금의 '기술과 크리에이티비티의 융합'이라는 저만의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초반 4년간은 클라이언트 서비스 부서에서 일하며 미디어, 전략 등 기획 전반의 초기 단계 에 대한 흐름과 큰 그림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지금도 저의 기획 방식에 큰 영 향을 줍니다.
  • ▲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덴츠랩 도쿄는 표현 기술의 R&D 센터"

    Q. 덴츠랩 도쿄는 전통적인 광고회사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그 비전과 구조를 설명해주세요.
    덴츠랩 도쿄는 기존의 광고 문법을 넘어, 새로운 창의적 경험을 설계하는 실험실, 즉 크리에 이티브 R&D 조직입니다. AI, AR, 로보틱스 등 다양한 테크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 테크놀 로지스트들이 함께합니다. 우리는 세 가지 방향에서 기획을 시작합니다: 기술 중심, 문제 중 심, 클라이언트 중심. 새로운 표현이 반드시 클라이언트 니즈나 알고리즘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실험과 관찰을 통해 사회적·문화적 과제에 대응하는 게 우리의 방식이죠.

    덴츠랩 도쿄의 작업은 기술을 도구로 삼되, 인간의 감각과 관점을 중심에 두는 크리에이티브한 실험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크리에이티비티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그 관점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행동을 바꿔나가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금 가장 흥미롭고도 도전적인 영역은 생성형 AI와 크리에이티비티의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와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죠. 덴츠랩 도쿄는 이 변화 속에서 기술과 감성의 균형을 모 색하며, 새로운 표현 방식과 경험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Q. 이 실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2020 도쿄 패럴림픽 개막식이 대표적입니다. 'Wind of Changes'라는 타이틀로, 입장식에 화려하고 컬러풀한 바람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으로 투사했어요.(영상 28:40 부터) 코로나로 인해 CG 예산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바람이나 물 등 유동적인 움직임을 시각 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덴츠랩의 기존 연구를 적용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 경험을 창 출했습니다. 단순한 시각효과가 아닌, 기술적 실험과 표현의 융합이었습니다.

    "디지털 크래프트란, 집요한 집착의 결과물"

    Q. 심사위원장으로서 디지털 크래프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심사에 임했나요? 빠르게 변화하 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크래프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크래프트'는 '광기의 집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수많은 리서치와 실험, 실패, 집요한 반복을 통해 표현과 경험이 정제되어가는 과정, 그 비정상적인 몰입이 바로 크래프트의 본질이라고 봤습니다. 표현과 경험에 대한 이 집착적인 추구에서 진정한 크래프트가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Q. 올해 심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논의나 순간이 있었나요?
    그랑프리 논의 과정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 작품은 1971년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문제 를 다뤘거든요. 우리는 흔히 '새로운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계속 존재해왔고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이 사실을 상기시켜준 순간이었습니다.
  • "그랑프리 선정작은 '왜 이제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습니다"

    Q. 그랑프리 수상작 'Caption With Intention'이 어떤 점에서 뛰어났다고 보셨나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단순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강했습니다. '왜 아무도 이걸 안 했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거든요. 이 작품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개선 프로젝트입 니다. 단순히 예쁜 UI가 아니라, 배우의 목소리 톤과 볼륨에 따라 자막의 크기와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반응합니다. 이 표현 방식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이었고, 그 뒤에는 수많은 테스트와 깊이 있는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아이디어와 연결해 감정적으로 울림 있는 표현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하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짜 디지털 크래프트입니다.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Teaching Toys'를 꼽고 싶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폐 아동이 특정 장난감에 몰입하는 특성을 활용해, 그 장난감을 AI 기반의 인터랙티브 교사로 전환한 교육 플랫폼입니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기술과 감성, 학습을 정교하게 엮 은 접근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끝내 수상작으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킨 작업이었고,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 ▲ 2025 칸라이언즈 무대에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 시상자로 선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 2025 칸라이언즈 무대에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 시상자로 선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 ©Cannes Lions
    "AI와 크리에이티비티의 융합, 그리고 광기의 실행력"

    Q. 올해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첫째, AI와 크리에이티브의 결합입니다. AI와 데이터를 다룬 작품은 매년 많아지고 있는데, 올해는 그 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크리에이티브가 진짜 녹아들었는가'였어요. 목적 있고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한 작품이 높은 평 가를 받았습니다.

    둘째, '접근성'과 '단순성'입니다. 기술은 복잡해지지만, 결국 우리의 작업은 어린이부터 노인 까지 모두가 경험할 수 있어야 하죠. 고도로 정교하면서도 직관적인 결과물이 많았습니다.

    셋째, '광기의 실행력'입니다. 정말 비이성적일 만큼 집착한 작품들이 있었어요. 어떤 프로젝트는 환경 데이터를 감성적 시각화로 전환했고, 또 어떤 팀은 헤어드라이어로 작은 피규어 를 데우며 스톱모션을 만들었어요. 이건 사랑이자 집착입니다.
  • ▲ 2025 칸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그랑프리 수상팀과 나오키 타나카 심사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Cannes Lions
    ▲ 2025 칸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그랑프리 수상팀과 나오키 타나카 심사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Cannes Lions
    "기술과 감성, AI가 진짜 친구가 되는 순간, 크리에이티비티는 폭발할 것"

    Q. 앞으로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2025년인 지금도 우리는 생성형 AI와 어떻게 협업할지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내년쯤에는 훨씬 가까워질 거예요. 인간성, 크리에이티비티, 그리고 생성형 AI가 진정으로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순간, 진짜 불꽃이 튈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큰 목소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다정한 전달"

    Q. 올해 심사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나요? 또 젊은 창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새로운 문제만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시대가 바 뀐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굉장히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기술은 정말 많이 발전했고, 우리는 수많은 지식과 툴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도 왜 여전히 전쟁, 기후 위기, 불평등이 존재할까요? 소리 지르거나 폭력을 쓰는 게 아니라, 공감과 기쁨, 다정한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속한 커뮤니케이션 산업이 수십 년간 해온 일이죠. 그러니 여러분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세상에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 ▲ 2023 스파이크스 아시아 디지털 크래프트·모바일 부문 심사위원으로 만난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좌측 두번째)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우측 두번쩨). ©브랜드브리프
    ▲ 2023 스파이크스 아시아 디지털 크래프트·모바일 부문 심사위원으로 만난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좌측 두번째)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우측 두번쩨). ©브랜드브리프
    [Inside the Jury Room] 객원 인터뷰어 소개
    나오키 타나카 덴츠랩 도쿄 CCO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는 2022 칸라이언즈에서 국내 스타트업 닷(DOT)의 '닷패드(닷패드(DOT PAD, The first smart tactile graphics display)' 캠페인으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 를 수상했으며 2024 칸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심사위원을 비롯해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D&AD, 애드페스트(ADFEST) 등 다수의 광고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글로벌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다. 강 대표가 이끄는 서비스플랜코리아는 아시아 지역 크리에이티브 전문지 캠페인 브리프 아시아(Campaign Brief Asia)가 발표한 2024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 랭킹 3위에 오르며 강력한 크리에이티비티 능력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