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1100달러·가동률 50~60% … 공급망 균열 현실화수입물가 7개월 연속 상승, 숨은 물가 압력 확대환율 1510원·외화부채 6900억달러 … 기업 재무 ‘직격탄’은행 연체율 10년래 최고, PF·자영업 부실 동시 확산실물 충격 금융으로 … 전이 속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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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은 아직 돌아가지만 속도는 꺾였고, 자금줄은 빠르게 가늘어지고 있다. 중동발 충격으로 원료 수급이 흔들린 데 이어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들고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균열이 한꺼번에 겹치기 시작했다. 생산·환율·금리가 동시에 흔들리는 '삼중 충격' 속에 실물 충격이 금융으로 번지는 임계점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중동 리스크는 이미 산업 현장의 '공급망 균열'로 현실화됐다. 나프타를 비롯한 핵심 원료 수급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췄고 일부 공장은 셧다운까지 검토 중이다. 나프타 가격은 톤당 600달러 수준에서 1100달러까지 치솟았고, 에틸렌 스프레드는 24달러로 손익분기점(약 300달러)을 크게 밑돌고 있다. 생산을 유지할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다.

    이 충격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플라스틱·포장재 등 생활 필수재 공급에도 차질 조짐이 나타나고,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산업연구원은 단기 공급 충격만으로도 제조업 생산비가 5%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충격이 이미 금융 시스템을 자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겉으로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수입물가지수는 143을 넘어서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이 본격 반영될 경우 이 비용 압력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며 물가 흐름 자체를 다시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물 충격은 곧바로 기업 재무를 압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외화부채 약 6900억달러 구조를 감안하면 환율 상승은 기업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에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57%에서 3.90%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금융비용까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환율은 단순 수급이 아니라 유가와 지정학 리스크가 반영된 구조적 상승 국면"이라며 "중동 상황이 재악화될 경우 환율은 1500원 안착을 넘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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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월 말 3.57%에서 최근 3.90% 수준까지 약 0.33%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확산되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개인사업자 대출 사업장 362만 곳 중 50만 7000곳(14.0%)이 폐업 상태로, 7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은 6257만원, 연체금액은 670만원 수준이며, 자영업자 대출도 1072조원을 넘었다. 비은행권의 폐업 비중은 17.3%로 은행 8.5% 대비 두 배 이상 높고, 일부 업권은 30%를 웃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금융권 건전성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두 달 만에 0.10%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 연체율은 0.67%로 0.17%포인트 급등했다. PF와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동시에 확대되며 '잠재 부실'이 현실화되는 국면이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해 5400선까지 밀렸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환율 급등과 증시 급락이 맞물리며 전형적인 위기 초기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중동 리스크는 금융권의 또 다른 뇌관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중동 익스포저는 약 220억달러(32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은행 비중이 86%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에 묶여 있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 회수 지연이나 사업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실물에서 금융으로 옮겨붙는 '전이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재무를 넘어 금융권 건전성까지 직접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물에서 시작된 균열이 금융으로 번지는 흐름이 가시화된 만큼, 대응 시점을 놓칠 경우 충격의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실물 충격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초입 단계”라며 “4월 이후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