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평 상위 5개사 현지법인 상당수 순손실·자본잠식삼성물산 10년째 순자산가액 마이너스…현대 4년연속 적자GS 법인 1년만 적자폭 2배…1~2월 중동수주 전년比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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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GS건설
국내 상위권 건설사들의 중동 현지법인이 대부분 적자 늪에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몇 년째 순손실 중인 법인이 있는가 하면 부채 규모가 자산 보다 많은 '자본잠식'에 빠진 곳도 적잖았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472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정작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극심한 수익성 난조에 시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대(對)이란 전쟁으로 수주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 중동 현지법인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 중동법인은 상당수 적자거나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우디아라비아 법인(SAMSUNG C&T CORPORATION SAUDI ARABIA)은 지난해 순자산가액 마이너스(-) 2455억원을 기록했다. 순자산가액이란 법인이 보유한 자산 평가가액에서 부채를 차감한 액수다. 해당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법인은 2015년 순자산가액 -2579억원을 기록한 뒤 10년째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675억원 규모 순이익을 내며 직전년 -104억원 대비 흑자 전환해 자본잠식 규모가 일부 줄어들 여지는 있다.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법인(Middle East Engineering & Development Co)도 2022년부터 4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연도별 순손실 규모를 보면 △2022년 -90억원 △2023년 -39억원 △2024년 -41억원 △2025년 -62억원이다. 연간 손실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좀처럼 흑자로 돌아서지 못하는 모습이다.대우건설 경우 중동 현지법인 실적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인(DW ARABIA LTD)은 지난해 실적이 잡히지 않았고 오만 법인(Daewoo Engineering & Construction DUQM LLC)은 지난해 기준 -4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력 사업장인 베트남 현지 법인(THT DEVELOPMENT CO)이 644억원대 순이익을 낸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DL이앤씨 사우디아라비아 법인(DL Saudi Arabia)도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2023년 102억원 규모 순이익을 냈던 해당 법인은 2024년 -1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144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GS건설 중동법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인(GS Construction Arabia Sole Proprietorship)은 순손실 규모가 2024년 -377억원에서 지난해 -779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2019년 -27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뒤 7년 연속 적자세가 이어지고 있다.적자 경영이 장기화되면서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기준 이 법인은 자본총계 -1조164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부채는 1조3320억원으로 자산 1673억원의 8배 달한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정이 장기간 소요되는 해외 프로젝트 특성상 수주가 곧바로 수익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중동지역 경우 저가수주나 대관 등으로 마진율 자체가 낮은 게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 ▲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이 이란 측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미국·이란전쟁 여파로 중동 산유국들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업을 지연 또는 중단시키거나 신규 인프라사업 발주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측 간 휴전이 현실화되더라도 수주 및 실적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산유국 재정 악화와 지정학적 위기로 이미 중동지역 수주가 줄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지난 1~2월 중동지역 수주액은 3억달러로 전년동기 26억달러 대비 88.5% 급감했다.지속적인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수주해 진행하던 네옴시티 터널 공사가 발주처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유가 폭등으로 건설 원자재값이 더 뛰면 가뜩이나 낮은 중동사업 마진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해외법인 자금 지원을 위한 대여금 투입 등이 잦아질 경우 본사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건설업은 공사비 상승과 중동 프로젝트 매출 둔화, 산유국·국영 에너지기업의 신규 발주 지연 등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다만 종전 후에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산유국 재정 여력 개선 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