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15일 만에 중노위 접수 90%가 공공기관노동계, 민간보다 승산 높은 공공기관 '사용자성' 확보 위해 화력 집중정부 "모범 사용자"라더니 예산 앞에선 뒷짐 … 내달 노동위 첫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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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연합뉴스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보름 만에 공공부문이 새로운 갈등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제조·건설업에서 주로 제기되던 원·하청 문제는 이제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 확산되며, 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2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법 시행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관련 사건 10건 중 9건이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노동계가 법 시행 초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보다 지휘·감독 체계가 명확한 공공 영역을 '전략적 1차 시험대'로 선택했음을 보여준다.현재 국세청,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장학재단,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5개 공공기관 원청을 상대로 한 콜센터 노동자들의 공동교섭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위탁 계약 구조 뒤에 숨은 원청이 저임금 구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공공부문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승산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보다 공공기관은 업무 지휘·감독 구조가 명확하고 원청의 실질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노동계는 초기 판례를 유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공부문에 집중하고 있으며, 돌봄노동자들의 총파업 검토 등 집단행동도 이어질 계획이다.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의식해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자체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부문 교섭 요구에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그러나 동시에 임금 등 예산과 직결되는 사안은 개별 노사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 지침을 내놓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인건비가 정부 지침에 묶여 있는 구조상, 원청이 교섭에 나서더라도 실질적인 임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이 제기된다.전문가들은 이번 공공부문 교섭 결과가 향후 민간 시장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중노위가 공공기관 원청의 교섭 의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유사한 원·하청 구조를 가진 IT 서비스, 물류, 가전 수리 등 민간 서비스업 전반으로 교섭 요구가 봇물 터지듯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반대로 예산 통제권을 이유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엄격히 제한할 경우 노란봉투법은 '이름뿐인 법'이라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투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하다.경영계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의 판단은 곧바로 민간 기업의 비용 부담과 노사 리스크로 직결된다"며 "정부가 스스로 만든 법의 그물에 갇히지 않기 위해 사용자성 지우기에 급급하다면 민간에 법 준수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결국 오는 4월 초로 예정된 노동위원회의 첫 번째 판단이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안착할지, 혹은 노정 간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기폭제가 될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