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쇼크 때마다 주요 증시 낙폭 '세계 1위'위기때마다 '셀코리아', 외국인 35조 순매도채권 금리 상승률도 세계 최고, 튀르키예보다 변동성 커 韓 금융시장 위기 때마다 外人 ATM기 역할서 못 벗어나전문가 "코스피, 가파르게 올랐지만 변동성에 여전히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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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 전쟁의 와중에 한국 금융시장이 자금 유출입이 가장 심한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중동 전쟁 고조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폭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해 충격을 키웠다.

    위기 때마다 외국인의 ATM기 역할을 하면서 채권 금리와 환율 오름세도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24일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6%대 급락 이후 이날 1%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중동 전쟁 격화와 금리, 사모시장 불안이 겹치며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주요국 대비 국내 증시 낙폭은 압도적으로 컸다. 태국 SET지수와 베트남 VN50 지수는 2%대 하락에 그쳤다.

    전날 코스피는 6.49% 하락하며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상하이지수(-3.81%), 선전종합지수(-3.76%), 닛케이(-3.68%), 상해종합(-3.63%), 항셍(-3.52%), 중국 A50(-3.01%), 베트남 VN50(-2.96%), 인도니프니50(-2.58%) 등이 뒤를 이었다.

    불과 1년 전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지난해 코스피는 75.63%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최고 상승 시장’으로 주목받던 한국 증시가 중동 전쟁 여파로 순식간에 급락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변동성 역시 극단적인 수준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한 지난 3일 코스피는 7.24% 급락했고, 다음날인 4일에는 12.06% 하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사흘째인 5일에는 9.63% 급등하는 등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전형적 버블 사례’라고 진단했다. 과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불안정성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급등락 배경에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4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선물시장에서도 2조24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35조4000억원, 선물시장에서는 12조1300억원을 순매도하며 ‘셀 코리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시장이 좋을 때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 자금이 일순간에 몰리지만 위기시 가장 먼저 자금을 빼는 곳도 한국 증시"라며 "한국 증시가 위기시 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국채로까지 확산되며 금리가 급등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장 대비 5.65% 상승한 3.611%, 10년물은 5.25% 오른 3.850%로 마감했다.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3년물은 67틱 하락한 103.26, 10년물은 140틱 급락한 108.51을 기록했다.

    주요국 채권금리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국채 10년 수익률은 2.307%로 1.99% 올랐고, 중국국채 10년도 1.835%로 0.16% 오르는데 그쳤다. 인도국채 10년은 6.839%로 1.41% 올랐고, 튀르키예 국채 10년이 31.950%로 3.10% 올랐다. 같은날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은 4.336%로 1.28% 내렸고, 유럽국채 10년 수익률도 2.9870%로 1.06% 내렸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9일 하루에만 2조8232억원어치의 국채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3월 20일까지 국채선물 순매도 규모는 1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인 14조원에 육박했다. 국채선물 매도는 금리 상승, 즉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국내 채권시장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시와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극에 달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6.7원 급등한 1517.30원에 마감하며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속에서 한국이 가장 취약한 고리처럼 보인다"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배경에 국내 숨겨진 대형 리스크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금 엑소더스의 배경에는 높은 반도체 및 수출의존도, 원화의 약한 위상,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금 유출입 등이 꼽힌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통화·재정 정책 모두에서 국내적 변수가 확대되고 있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매파'로 분류되는 신현송 BIS 통화경제국장이 지명된데다 정부가 25조원 규모의 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을 예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추경이 시장 금리를 끌어올려 오히려 자금 경색을 유발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코스피가 한때 6000선을 돌파하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변동성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것은 우리 증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며 "지수 목표치에 집착하기 보다 증시 안정성을 높여야 우리 증시에 대한 신뢰가 생실 것"이라고 말했다. 
  • ▲ ⓒ인베스팅. 23일자 주요증시 등락률
    ▲ ⓒ인베스팅. 23일자 주요증시 등락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