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 구윤철 "韓 법인세 다소 낮아" 이어 여당 내에서도 줄줄이 법인세 인상론 美 법인세 15%까지 낮추는데… 인상 카드 만지작글로벌 흐름 역행… 기업 지원도 모자랄판에 족쇄만경기 침체·관세에 체력 바닥난 기업들 내쫓는데 혈안
  •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법과 노조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법인세 인상이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여당 내에서 경영을 옥죄는 반기업적·반시장적 법안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재계에서는 사실상 경영권을 해체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 경제사령탑 구윤철 "韓 법인세 다소 낮아" … 증세 신호탄에 기업 우려 ↑

    19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경제사령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난 1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 서면 답변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인 국가와 비교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한 세율은 다소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 “응능부담의 원칙에 따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어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법인세 인상 질의에 대해 긍정의 뜻을 표했다. 

    여당에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법인세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고, 진성준 의원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찬성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흐름을 볼때 법인세가 윤석열 정부 이전인 25% 수준으로 환원되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상 진보 정권은 증세를 통해 재정 확충을 꾀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이 현실화하자 기업을 가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구 부총리도 청문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서 경기둔화,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세입기반이 약화된 측면이 있는데 정책목적 달성과 중복지원, 실적저조 등 불요 불급한 비과세·감면을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탈루 세원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윤석열 정부에서 1%p 인하됐으나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능부담 원칙을 앞세워 세율을 다시 올리는 것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고,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감세 경쟁을 벌이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기업 관계자는 “관세 대응만으로 벅찬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오르면 기업 부담은 막대하게 불어난다”면서 “외국계 대기업들은 과세 사각지대에서 국내 기업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를 내면서 돈을 벌어가는데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국내 기업들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미국은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15%까지 낮춰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려는 상황에서 (한국만)인상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행보”라면서 “외국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에 큰 제약이 따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잇따르는 反기업법 … 개별 기업 부담 넘어 韓 산업 경쟁력 저하  

    재계에서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반기업적·반시장적 법안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개별 기업의 부담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도록 하는 ‘3%룰’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데 이어 ‘노란봉투법’도 조만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가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노란봉투법의 위헌성 문제를 비롯한 여러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부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을 마비시킬 뇌관으로 꼽힌다. 이 법안의 핵심은 원청기업을 하청노조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규정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입법이다. 예컨대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노조가 파업할 경우, 원청인 완성차 업체는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춰서 막대한 손실을 보더라도 파업을 주도한 하청 노조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에서 노란봉투법은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국내 산업의 근간인 ‘원청-하청’ 협력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 

    원청은 예측 불가능한 파업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국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줄이고, 부품 조달을 해외로 돌리거나(공급망 해외 이전) 아예 해외에 직접 공장을 짓는 ‘탈(脫)한국’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는 원청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건실하게 운영되던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모두 피해를 입는 셈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등 모든 실물경제가 외환위기급 위기상황으로, 핵심 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금감면 등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그런데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에 온갖 족쇄를 채우려 하는게 말이 되냐"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