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법 개정안,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집중 겨냥상장사 76.7% "2차 상법개정,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미 중견→중소기업 회기 많아…생태계 왜곡 우려재계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 조성"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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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부가 추진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3%룰 강화’ 등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나친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편은 국내 대기업의 투자 위축과 혁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24일 재계에 따르면 여당이 이달 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상법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2차 상법개정을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기업 성장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정관으로 집중투표 배제 불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1명→2명) 등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법안으로, 1차 상법개정 1주일만인 지난 11일 공청회가 열렸다.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목표로 내세운 상법개정이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3%룰 강화는 외부 세력의 무분별한 경영 개입을 유도하고, 주요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지적이다.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상장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 조사’ 결과 상장기업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대한상의는 2023년말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은 301개인 반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는 574개로, 회귀기업이 273개 더 많아 이미 ‘중소→중견’ 성장 메커니즘에 문제인 상황인데, 2차 상법이 개정되면 ‘중견→대기업’ 성장 메커니즘에도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기업들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느끼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 24%는 ‘피터팬 증후군’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조세부담 증가와, 정책금융 축소 등을 가장 부담스러워 했다. -
- ▲ 대한상공회의소 및 경제8단체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상법개정 관련 경제8단체 간담회’를 가졌다ⓒ대한상공회의소
◇ 대기업 되는 것 모두가 꺼릴 것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상장기업 74.0%는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장사 38.6%는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 높음’으로 응답했고,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도 6.7%에 달했다.또한 상장기업 39.8%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경우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 주도해 이사회 견제 심화’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37.9%) ▲감사위원이 이사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 내 의사결정 방해·지연(16.5%)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의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 확대(5.8%) 순이었다.2차 상법개정 논의에 앞서 1차 상법개정의 보완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상장사 38.7%는 ‘정부의 법해석 가이드 마련’, 27.0%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라고 응답했고, ‘하위법령 정비’라고 응답한 기업은 18.3%였다. ‘중복규제 등 다른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16.0%로 조사됐다.대한상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주주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기존 판례로 인정되던 경영판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한지 등에 대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향후 주주에 의한 고소·고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 위해 배임죄 개선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현행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장기업 44.3%가 ‘모호한 구성요건’을 꼽았다.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손해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거나 M&A 등 모험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임의 목적 없이 리스크를 감수한 경우까지 배임죄를 적용하고 있다. 이어 ▲지나친 가중처벌(20.7%) ▲쉬운 고소·고발 절차(18.3%) ▲40년 전 처벌기준(12.0%) ▲경쟁기업 기밀입수 위한 수단으로 배임죄 고소 악용(4.7%) 순이었다.우리나라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배임 등 3원화 돼 있는데, 이중 특경법 배임죄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중처벌 규정으로 처벌기준인 5억원·50억원은 40년 전 제도 도입 당시인 1984년과 동일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경제계는 여당의 2차 상법개정 논의에 우려를 표하며 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대내외 위기가 가속하는 가운데 여당의 추가 입법 드라이브로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경제 8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코스닥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이들 단체는 “현재 우리 경제는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통상 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 감소와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지난 3일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더 세진’ 추가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추가적인 상법개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경제계는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에 매진하겠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앞장서는 것은 물론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