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주택 618곳중 187곳 '분쟁중'…모집단계인 조합만 316곳용역비횡령·거짓광고 등 불법자행…피해조합원 자살사례도 빈번"조합원 보호장치 미흡…분담금상한제 등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 ▲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에서 온 시민들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에서 온 시민들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이 제도도입 45년만에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그동안 낮은 토지확보율, 공사중단 등으로 조합원들의 피해가 사회적문제로 부각되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주택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칼을 빼든 모습이다. 업계에선 지주택의 불안정한 운영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제도개선의 효과는 크지 않을 거라 입을 모은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지주택 618곳중 187곳에서 293건의 분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잦은 분쟁으로 지주택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채 '모집신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조합이 316곳(51.1%)에 달했다. 모집신고가 끝난후에도 3년이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도 208곳(33.6%)이나 됐다.

    1980년 도입된 지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제도다. 일반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고 사업절차가 재개발보다 간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주택은 주택사업자가 아닌 주택이 있어야 하는 일반인들의 모임일 뿐이므로 주택법상 등록사업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전문성이 없는 경우다 대부분이다. 

    이에 업무대행사가 조합원 모집부터 토지사용 승낙, 분담금 납부와 관리, 사업진행 등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주택 조합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일례로 지주택 용역대금을 횡령하고 회계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분양대행사 관계자 2명이 실형을 받은 일이 있다. 대행사 대표 A와 직원 B씨는 2018년 4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서울 영등포구 한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받은 용역대금 47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 여기에 93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했다.
  •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연합뉴스
    또 다른 사기범죄 사례도 있다. 지주택 추진위원장인 C씨는 업무대행사 대표 D씨,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 E씨와 함께 3년간 조합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지주택 방식으로 25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다고 홍보했다. 이과정에서 이들은 지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수년내 입주가 가능하단 거짓광고로 조합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239억원을 가로챘다.

    더욱이 D씨의 경우 업무대행비와 사업비 명목으로 42억원을 횡령하고 C씨와 함께 토지동의율이 허위기재된 서류를 신탁사에 제출해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지주택에 투자했다 손해가 발생하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60대 가장인 F씨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머니와 아들부부 4명이서 한 집에 사는 꿈을 꿨다. 이를 위해 2018년 6월 모은 돈의 대부분인 약 5500만원을 지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입주한다던 아파트는 착공조차 안됐다. 설립후 5년이 지났지만 조합이 보유한 실질토지는 전체의 2.7%로 전해졌다. 조합원이 지불한 470억원 가운데 토지 매입에 쓰인 돈은 77억에 불과했다. 이후 그는 서울의 한 육교 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러한 피해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8월까지 지주택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주요 분쟁사업장을 대상으로 관계기관과의 합동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개선, 비리 조합에 대한 수사의뢰 조치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주택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합원분담금 상한액 설정 △대행사자격 강화 △투명한 사업진행을 위한 정보제공 사이트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역주택조합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적 허점과 관리감독의 부재에 있고 조합원 보호 장치가 미흡해 무분별한 모집이나 자격미달 대행사 개입, 과도한 추가 분담금 요구와 같은 분쟁이 반복된다"며 "토지확보 요건 강화나 조합원 분담금 상한을 설정하는 대책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대행사의 자격을 사전에 등록하고 사업단계별 회계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 또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지주택 사업현환을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정보제공 사이트를 확데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사업의 공정성과 자금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이 총회에서 직접 선출한 외부감사인 제도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면서 "불안정한 현재 지주택 방식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피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