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세제개편 입장 변함 없다" 밝히자 시장 실망감 확산 정부 여당 발언 따라 시장 일희일비 … 작년 금투세 논란 재현 중 사상 최고치 美 증시에도 코스피 3200대 박스권 … 개미 박탈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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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사면을 위해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빠르게 처리하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증시 세제 개편 문제 왜 이리 차일피일 미루는 지 답답하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해놓고 정작 기만적인 모습에 화가 난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담은 증시 관련 세제 개편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현행 기준 유지 건의에도 대통령실이 숙고에 들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86포인트(0.53%) 내린 3189.91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2.98포인트(0.09%) 오른 3209.75로 출발해 상승폭을 키워 한때 3240선을 회복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미국 뉴욕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지만 코스피는 8월 들어 3200대 부근에서 박스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건 세제개편안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상승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형국은 지난해 금투세 논란을 떠올리고 있다. 금투세는 연간 주식 5000만 원·그외 250만원이 넘는 양도소득이 발생할 경우 최대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지난해 폐지됐다.

    당시 다수당인 민주당 내 의원들 간 입장차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코스피는 민주당 내 분위기나 발언이 흘러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했었다. 시장의 출렁임 속에 금투세 폐지를 요구해온 개인투자자들은 분노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오기도 했다.

    최근 주식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미국과의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세제 개편 방침이 알려진 이후 3200대 안팎의 등락을 지속하면서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증시는 이같은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코스피는 대통령실이 대주주 기준 강화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당정의 조율을 더 지켜보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히자 오전 상승분을 고스란히 토해냈다. 

    세제 개편 시 가장 수혜주로 예상됐던 고배당주인 증권·은행주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여당이 현행 50억원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4%안팎 상승폭을 키우는 모습이었지만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 이후 1% 남짓 상승 마감하는 데 그쳤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현 기준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음에도 대통령실의 변함 없는 입장에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제 개편안 실망감이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고배당주인 금융주들은 정부의 후퇴 움직임에 폭락한 바 있다. KB금융은 6.99%, 신한지주는 5.62%, 하나금융지주는 8.86% 급락 마감한 이후 새 정부 대표 수혜주들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다시금 논란이 재현되는 양상에 주식시장 상승을 고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증시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도 지쳐가고 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국내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는 사이 주춤했던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는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을 5억8980만달러(약 81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5월과 6월 두 달 연속 순매도세에서 7월 순매수 전환된 데 이어 이달에도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한 달동안 6억8496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순매수 규모가 늘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코스피 상승에 제동이 걸리자 개미 투자자도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최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어 현 정부 들어 국내 증시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코스피가 3200대까지 빠르게 돌파한 건 세제 혜택 등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 영향이 컸다"면서 "기대와 거꾸로 가는 정책 설계에 시장의 박탈감이 상당한 장이다. 해외주식 대신 국내주식으로 다시 눈돌리던 고객들의 불안 섞인 문의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말로는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간다고 내세우면서 정책은 극과 극으로 가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가을부터 연말까지 회피 물량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그들이 그렇게 세금을 회피하면 정부가 원하는 세수 확보 효과도 미미하다. 대주주 10억원은 완벽한 자살골"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