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마운자로' 최고 용량 기준 영국 가격 £ 122→ £330로 170% 인상美 환자를 위해 인슐린 가격 70%인하 … 월 부담액 상한선 35달러로 설정美 정부 추진 의약품 관세 부과에는 반대 입장 표명
  • ▲ 일라이릴리 본사. ⓒ연합뉴스
    ▲ 일라이릴리 본사. ⓒ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자사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의 영국 가격(List price)을 최대 170% 인상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최혜국대우(MFN)' 정책과 고율 관세 위협 속에서 미국 내 약가를 낮추고 대신 해외 가격을 끌어올리라는 압박에 따른 조치다. 

    릴리가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가장 먼저 이에 호응하면서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로 약가 인상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영국에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가격을 오는 9월 1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마운자로의 최고 용량(15mg) 기준 한 달 분 가격은 약 £122(약 23만원)에서 £330(62만원)으로 약 170% 인상된다. 

    릴리는 "미국을 세계 최고의 바이오의약품 연구·제조 중심지로 유지하겠다는 행정부의 목표와 선진국 간 혁신적인 의학 연구 비용을 보다 공정하게 분담하겠다는 목적을 지지한다"면서 "이러한 '재균형'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미국에서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럽 등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 정부와 보건의료 체계가 지불하는 가격을 인상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내 환자들을 위해 인슐린 가격을 70% 인하하고 월 부담액을 35달러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릴리의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약가 인하 압박에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줄곧 "미국 환자만 비싼 약값을 치른다"며 외국의 낮은 약가를 문제 삼아 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타국의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미국 약가를 강제로 낮추는 MFN(최혜국 대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준비하고 있다. 1년~1년 반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150%~250%에 달하는 고율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9월 29일까지 약가 인하 방안을 제출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이 다른 선진국보다 2~3배(최대 10배) 비싸다는 점을 지적하며 OECD 회원국의 최저 약가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강경하게 주문했다. 만약 제약사들이 요구에 불응할 경우 관세 강화, 수입 의약품 확대, 세제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릴리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광범위한 관세는 비용을 올리고, 환자 접근성을 제한하며,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특히 미국 제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욱 타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마운자로의 가격 인상은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까지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는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가격 재조정 흐름에 따른 변동 가능성도 존재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릴리의 움직임을 미국 외 지역에서 약가를 인상했기 때문에 MFN 수혜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직적 약가 인하 전략이라기보다 정치적 제스처 성격이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적 관계 형성 및 향후 정책 협상에 대비한 전략적 메시지로도 해석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움직임에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14일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정식 출시됐다. 릴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의약품 유통 도매업체는 오는 20일부터 마운자로의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다. 빠르면 21일부터 각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에게 처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운자로는 시작 용량인 2.5㎎의 공급가가 약 28만원, 주요 유지 용량인 5㎎는 약 37만원, 고용량인 7.5㎎과 10㎎은 52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