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1일 삼성생명 회계 관련 비공개 간담회 개최삼성생명의 삼성전자·화재 지분 처리방식 문제제기 예상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판 이력취임 후 첫 업적으로 삼성생명 '첫 타깃' 삼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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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금융당국이 삼성생명 회계처리를 도마에 올리면서 정치권의 '삼성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이자 참여연대 출신인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 금감원이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삼성생명의 회계논란을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문제는 결국 삼성 일가의 지배구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공개 간담회를 '삼성 때리기'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은 변호사 시절 참여연대 활동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판한 바 있어, 이번에도 삼성을 향한 비판 기조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1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 회계처리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엔 회계업계 관계자와 교수 등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인사가 참여한다.

    ◇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 배당 논란 재점화

    삼성생명을 둘러싼 회계 논란의 중심엔 '유배당보험'이 있다.

    삼성생명은 1980년대 유배당보험 상품을 대량 판매했다. 해당 상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회사가 운용한 투자수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당시 삼성생명은 확보한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지분을 대거 취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화재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삼성생명이 지분을 팔아 차익을 계약자들에게 충분히 배당하지 않고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이 1980년대 유배당보험 159만건을 판매해 183만명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삼성전자·화재 지분을 매입했지만, 40년 넘도록 가입자에게 정당한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새 회계기준 적용 압박 … 삼성생명 '이중 부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화재 지분 15.4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에 따르면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은 원칙적으로 보험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당국은 삼성생명에 한해 예외를 적용해, 이를 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계정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정치권 등에서는 삼성생명이 이제는 원칙대로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삼성전자·화재 주가 상승분을 ‘보험부채’로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주가 상승분을 보험부채로 잡게 되면 이는 장부상 "언젠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몫"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향후 배당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자산이다.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은 크지 않기 때문에,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대)의 지분을 합쳐야만 그룹 지배력이 유지된다.

    주가 상승분을 계약자 배당 몫으로 반영하면 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할 명분이 커져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배당하지 않으면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 위반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다가오는 국감 … 삼성생명 회계 논란 띄우는 시민단체·정치권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문제를 쟁점으로 삼을 모양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이강일·이정문 의원은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과 함께 국회에서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문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시민단체 등은 삼성생명의 현 회계 방식은 지배주주를 위한 사내유보용이라고 주장하며 유배당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배당 재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니 이젠 삼성생명을 인질로 잡는 것 같다"며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밑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