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에 석유화학 산업 위기 직면정부, 3조 정책금융·규제 완화 등 재편 유인기업 간 이해관계 엇갈리며 통폐합 지연 우려도
  • ▲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여천NCC
    ▲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여천NCC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재편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가 적극적으로 자율 통폐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등에서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여파로 여천NCC가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등 산업 붕괴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각사마다 셈법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늦어도 이달 안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석유화학이 상당히 큰 위기"라며 "관계 부처가 석유화학 사업 재편 종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산업부가 발표할 구조 개편 방안에는 공정거래 이슈와 관련해 업체 간 공동행위 인가 및 기업결합 심사 완화, 사업 재편 관련 금융 지원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이 설비 통합, 인수합병(M&A) 등 결단을 내리면 정부가 각종 제도·행정 지원에 나서 산업 재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추진되길 바라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있는 기업들은 시장 논리에 맡겨두면 경쟁사가 도태돼 공급 과잉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BCG) '글로벌 Dynamics 변화 기반 한국 석유화학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력이 약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3년 내 절반만 남고 나머지는 도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황 악화 속 부채비율 상승으로 자금 확보가 어렵고, 법정관리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산단별로 1~2개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2·3차 벤더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지역 상권 붕괴, 일자리 감소 등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여천NCC는 자금 부족으로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렸으나, 차입금 상환일을 앞두고 한화와 DL로부터 각각 15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아 급한 불을 껐다. 한화그룹은 "정부에서 준비 중인 석유화학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구조 재편 방안에 적극 협력하고, 여천NCC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도 최근 대산·여수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라인과 나주 알코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NCC 설비 매각 협상 등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자율적 통폐합 결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설비 통폐합이나 인수합병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누가 NCC를 인수할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NCC 설비를 매각했다가 글로벌 과잉 공급이 해소되고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업 간 통폐합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는 공정거래법상 기업 간 논의가 막혀 있다"며 "정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기업들 사이에 최소한의 논의 물꼬라도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발적 사업재편 유인을 위해 이번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에 사업재편 기업의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 확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내에서 사업재편 관련 자산 양수 도 시 과세이연 기간 연장, 사업재편 기업의 경영위기 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대상 포함, 석유화학업계 3조원 규모 정책금융 공급 등을 마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