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공매도 잔액 5개월만 3배 가까이 급증입법 리스크 후폭풍 … 투심 '꽁꽁'·하락 베팅↑"코리아 업 거꾸로 간다" … 외국계 IB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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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주주 양도세 기준 확대, 노란봉투법 통과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박스피'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액이 급격히 증가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10조414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잔액 통계는 3영업일 이후에 공개되기 때문이 이날 기준으로 22일이 가장 최근 수치다.이는 지난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31일 공매도 재개 이후 3조9155억원이었던 공매도 잔액은 약 5개월여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달 전(7월 22일)과 비교해도 10% 가까이 늘었다.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공매도 거래 이후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데, 이 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증시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코스피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코스피 시총이 2599조562억원 중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9조5072억원으로 비중이 0.37%였다. 그러나 이달 22일에는 코스피 시총(2606조5208억원)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중이 0.40%로 커졌다.코스닥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액은 이달 22일 기준 4조138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4조2314억원)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소폭 줄어들었지만, 순보유 잔액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달 22일 기준 코스닥 시총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중은 1.01%다.국내 증시 하락 베팅에 힘이 실리는 건 연이어 쏟아진 '입법 리스크' 때문이다.지난 2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의석수를 앞세워 끝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를 통과시켰다. 지난 23일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 직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지만, 절대 다수 여당은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강제 종료시키면서 이마저도 무력화시켰다.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하청 업체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경제계는 "무기한 파업 조장법", "경영 활동 위축법"이라며 우려하고 있다.외국 기업의 국내 철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국내 법인인 한국GM은 한국 사업 축소를 언급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와 조선·철강·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 "한국은 이미 노사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큰 국가"라며 "본사에서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노란봉투법 표결 직후 민주당은 더 센 상법개정안도 밀어붙였다. 25일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대형 상장사에 대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여권의 일방통행에 국민의힘은 이를 "경제 내란법"으로 규정하고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차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경제계의 우려는 크다. 경영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여기에 지난 20일 당정이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대상을 늘리기로 하면서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이것이 확대되면 국민연금 등을 통한 기업 경영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스튜어드십코드 확대 명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을 꼽은 만큼, '2차 상법개정안'과 맞물린다면 기업 지배구조는 외부 요인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게 되고 기업 경영 부담은 가중된다.다음으로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위협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 기업은 반대하고 있다.단기적으로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기업 활동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어 펀더멘탈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정부의 세제개편안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하고, 수익 발생 여부와 관련 없이 주식 매도만으로 내야하는 증권거래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정안이 아니라며 대주주 과세 기준에 대해 조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세제 개편이 시장에 영향을 오래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우리는 이번 조치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 '코리아 업(Korea Up)' 프로그램 취지와 180도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판단한다"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최근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온 만큼 이번 개편안이 지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계 IB CLSA도 세제개편안에 대해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고 평가했다.국내 증권사 역시 코스피 지수 하락에 대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연말까지 약 2960~306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원안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코스피 상단은 3240포인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