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300 산업재 지수, 한 달간 8.56% 상승 … 코스피·코스닥 상회노란봉투법 통과·주 4.5일제 논의 영향 …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도“로봇 실구매 움직임은 없어 … 실적 부진 지속돼 옥석가리기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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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로봇 관련주들이 노란봉투법·주 4.5일제 도입 추진 등 노동환경 변화 흐름에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실제 로봇 구매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데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로봇주들이 포함된 ‘KRX 300 산업재’ 지수는 최근 한 달(8월 19일~9월 19일) 동안 8.56%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8.43%)·코스닥(8.15%)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에서는 1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요 종목별로 살펴보면 현대그룹 물류 자동화 기업인 현대무벡스는 100.22% 급등하며 수익률 기준 전체 2872개 종목 중 8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원익홀딩스(94.64%) ▲제닉스로보틱스(90.83%) ▲코닉오토메이션(87.06%) ▲로보스타(82.26%) ▲나우로보틱스(78.99%) ▲클로봇(67.34%) 등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로봇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19.12% 상승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는 718개 주식형 ETF 가운데 76위였으며 KB자산운용의 ‘AI&로봇’도 17.71% 올랐다.

    국내 로봇주들은 앞서 지난달 25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부터 본격적인 강세장을 맞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한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로봇 등 자동화 설비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산업 현장에서의 자동화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제 상용화 가능한 산업 특화형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당장의 자동화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로봇 수요의 중장기적 증가 흐름은 불변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 4.5일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법제처는 지난 17일 ‘실노동시간 단축 추진 및 국가 지원 근거(가칭)’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노동 의존도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해법으로 로봇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노동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를 발족한 바 있는데, 연합체 참여 업체가 빠르고 늘고 있어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 발족 이후 여러 업체가 추가 선정됐으며 이에 5년간 1조 규모의 기존 투자금액 또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실제 후속 정책 집행 시점에서 휴머노이드 관련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AI(인공지능)·자율주행·로봇 등 신산업 규제 개선을 논의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는 신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됐다”며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위한 실증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산업 현장의 로봇 도입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일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실제 로봇 구매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데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고 보완 입법의 가능성도 있다”며 “무엇보다 실제 주요 업체 단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로봇 구매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양대 시장에 상장된 로보틱스 섹터 19사 중 상반기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7사에 그쳤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5사로 줄어든다. 휴머노이드, 정밀 액추에이터, 물류 자동화 분야만 매출이 성장했고 협동·산업용 로봇은 매출이 급감했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주 주가는 연초 이후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피지컬 AI’로 기대와 관심이 모인 결과”라며 “다만,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주는 아직 소수이고 당분간 로봇주 주가는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로봇 투자 확대는 필연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보급률 세계 1위이며 제조업이 즐비한 글로벌 최고의 테스트베드. 향후 글로벌 로봇 수요 폭발 시기에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수혜가 기대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