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먹었는데 우리 아이 자폐라니" … 트럼프 발표에 전전긍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자폐증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그간 이어져 온 논란에 다시 불씨를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성분명) 복용 위험성에 관한 의사 안내문을 발행하고, 안전성 라벨 변경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FDA는 마틴 마카리 국장 명의의 공지문에서 "최근 몇년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가 관련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누적돼 왔다"고 밝혔다.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연관성 논란은 2010년대 중반부터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지속돼 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2006년~2011년 사이 임신부 307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유병률은 18%로 나타났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ADHD 유병률은 9%였다.

어머니의 혈액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수치가 검출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을 때 태아가 딸일 경우 ADHD 발병 가능성이 6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 왕샤오빈 교수 연구팀이 출산 여성 996명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된 '보스턴 출생 코호트'(Boston Birth Cohort)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결을 같이 한다.

임신 중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이는 ADHD 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아이들은 평균 9.8세 이전에 257명이 ADHD, 66명이 ASD, 42명은 ADHD와 ASD 모두 진단을 받았다. 304명은 다른 유형의 발달장애가 발생했고 나머지 327명은 발달상태가 정상이었다.

그러나 해당 결과 발표 이후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 산부인과 전문의 히아그리브 심한 박사는 "이 연구결과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탯줄 혈액의 아세트아미노펜 대사산물 수치는 출산 때만 국한된 것으로 임신 중 다른 때의 수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킴포드 미도 신경학 교수 역시 "ADHD, ASD의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이 고려되지 않은 것도 이 연구결과가 지니는 한계"라고 논평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 등 다수 전문가 단체는 "임산부들이 불필요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했다며 제기된 집단소송이 진행됐다. 결과는 "자폐증 위험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였다. 

미국 맨해튼 지방법원은 2023년 자폐증과 ADHD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가족들이 존슨앤드존슨의 의약품 판매 자회사 켄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켄뷰의 손을 들어줬다.

데니스 코트 맨해튼 지방법원 판사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사용하면 자폐증이나 ADHD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 전문가들이 채택한 비정형 접근 방식은 체리피킹(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을 허용하고, 결과 중심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기본 데이터의 복잡성, 모순 및 약점을 모호하게 한다"고 밝혔다.

FDA도 이번 결정에 대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FDA가 공식적으로 자폐증 관련 위험성을 의사들에게 통보하고 라벨 변경에 착수하는 만큼 향후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