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업무 혁신, 확보된 여력 기업 투자로 전환정부 규제 완화·150조 펀드 지원…생산적 금융 가속화업무 80% 자동화 목표…주주환원·ESG까지 효과 확산예대마진 의존 탈피…혁신기업과 동반 성장 궤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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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들이 AI 은행원 도입과 기업 투자 확대라는 두 축의 변화를 통해 금융의 새판짜기에 나섰다. 단순히 비용 절감에 머무르던 디지털 혁신을 넘어, 기업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 체질을 전환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개편, 정부 주도 성장펀드와 맞물리며 한국 금융의 새 성장 축을 예고하고 있다.

    ◆ 금융권 생산금융 대전환 … AI 중심 기업금융 투자로

    금융위원회는 은행 보유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는 15%에서 20%로 높이는 자본 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정만으로 은행권의 기업 투자 여력은 최대 32조원 늘어나고, 주담대 여력은 연간 27조원 줄어든다.

    이와 맞물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은행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기업 성장 중심 금융으로 대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선제적으로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에 총 80조원을 투입하고,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그룹 차원의 대응을 본격화했고, 신한·하나·NH농협 등도 투자 확대와 조직 정비, AI 전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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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은행원, '업무 80% 자동화' … 주주정책·ESG로 확장

    은행권은 AI 활용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통해 계좌 개설·환전·카드 발급을 AI 상담으로 처리한다. 우리은행은 예·적금 상담을 넘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상담까지 AI 뱅커의 역할을 확장했고, 하반기에는 AI 기반 주택 청약 상담 서비스도 선보인다.

    KB·하나·NH농협은행은 내부 정책 검색, 공문 처리, 해외 법령 번역 등 직원 지원 시스템의 AI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은행들은 중장기적으로 업무 80% 수준까지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는 인력과 비용 여력은 기업금융과 혁신금융 투자로 재배치될 전망이다.

    AI 전환은 내부 효율에 그치지 않고 주주환원 정책과 ESG 평가에도 직결된다.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고도화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강화의 기반이 되기 때문. 기업금융 확대와 첨단산업 지원은 글로벌 ESG 평판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AI 기반 효율성 확보와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내걸었다. 우리금융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발표 시 자본 안정성 유지, AI 기반 경영 시스템 전환,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함께 제시하며 투자자 신뢰 기반을 강조한 바 있다.

    ◆ 관건은 속도와 실행력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시한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시중은행들은 AI 전략과 투자 확대를 핵심 무기로 삼아 변화의 문턱을 넘고 있다. 부동산 담보 중심의 영업 구조는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은행들은 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중심의 생산적 금융 전환은 속도와 실행력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이 내부 AI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고객 불만과 오류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중심 구조 전환에 있어서도 수익성 유지, 리스크 통제, 자본 건전성 관리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경제학계 한 교수는 "남은 것은 속도와 실행력"이라며 "AI가 은행의 일상 업무를 얼마나 빨리 대체하고, 확보된 여력이 얼마나 과감하게 기업 투자로 이어질지가 향후 한국 금융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