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 전세수급지수 154.2 … 3년만 최고치대출규제 후 '갭투자' 막히며 전세매물 감소세입주물량 평균 40% 수준 … 공급대책 무용지물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공급난과 대출규제까지 겹치며 세입자들과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정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5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4.2로 전월대비 2.2포인트(p) 상승했다. 2021년 10월 기록한 162.2이후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조사결과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4118건으로 '6·27 대출규제' 시행직후 2만4855건대비 3.0% 감소했다. 특히 성북구(-40.8%)와 중랑구(-37.3%), 관악구(-30.6%) 등의 감소폭이 컸다.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대비 0.40% 오르며 2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동구(1.43%)와 송파구(1.05%), 광진구(0.80%)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처럼 전세매물이 줄어든 것은 6·27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차단된 영향이다. 대출규제 탓에 세입자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가 막히자 전세매물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공급지표인 입주물량 감소도 전세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약 3만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인 5만가구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성북구 D공인 관계자는 "전세매물을 찾는 이들은 많은데 매물이 없다"며 "가끔 매물이 나와도 호가가 너무 오른 탓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빈도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C공인 관계자는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 경우 집주인이 추가연장 없이 보증금을 크게 올린 뒤 새 계약자를 찾는 비율이 높다"며 "계약연장이 안된 세입자는 비슷한 보증금대 매물을 찾기 위해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5년내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9·7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제시한 착공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책 효과보다 시장에서 체감되는 수급 불균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전세값 상승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B부동산 조사결과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9월 118.2p로 7월 109.4p, 8월 114.2p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00보다 높아질수록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매물 부족, 전세값 상승 등 요인 탓에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돼 월세가격까지 동반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출규제 여파로 매매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수요가 임대차시장에 몰리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입주물량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겹치면서 전세뿐 아니라 월세가격까지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