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지난해 연매출은 약 295억 달러(약 41조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약 10조원 많고, 같은 기간 서울시 예산 4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키트루다 개발사인 미국 머크(MSD)의 전체 매출 642억 달러 가운데 한 제품이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MSD는 키트루다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제약사 매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대 교수는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PD-1' 단백질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이는 키트루다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처럼 혁신적인 신약의 파급력은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벤처기업이 혁신신약 개발로 글로벌 대열에 합류하는 사례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는 1987년 바이오벤처로 출발했지만 창업 27년 만인 2014년 매출 248억 9000만 달러(약 28조원)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진입했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의 성공이 컸다. 길리어드는 창업 이후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R&D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잦은 변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던 분야였다. 

    길리어드는 1996년 타미플루 개발에 성공했는데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상황에서 이를 잠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이후에도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로 발생한 이익을 다시 R&D에 쏟아부으면서 항바이러스 분야 강자가 됐다. 특히 간염·에이즈 치료제 포트폴리오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쌓았다.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는 완치 개념을 가져온 의약품이다. 오히려 효과가 너무 좋아 매출에는 도움이 못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 나온 신약 가운데 전세계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비만이다. 대표적으로 위고비가 꼽힌다.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한때 6420억 달러(약 890조원)를 넘어서 유럽 증시 전체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덴마크의 작년 총 GDP(4294억 달러)를 훨씬 앞지르는 규모다. 사실상 한 나라를 먹여살리는 신약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매출액은 글로벌 제약사 11위까지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의 지난해 매출은 42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20대 제약사 가운데도 압도적인 증가율이다.

    다만 노보노디스크의 시총은 최근 경쟁약물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영향으로 급락한 바 있다. 

    마운자로는 향후 글로벌 비만 신약 시장을 주도할 대표적 약물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는 2030년 세계 처방약 1위를 마운자로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바이오도 글로벌 신약에 다가가기 위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로 지칭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신약이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할 시간이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K-바이오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