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에 '이사포기'…전셋값도 따라 오르며 '이중고'통계로 드러난 전세금 상승세…서울 평균 5.9억원 돌파전세 포기한 2030, 월세로 내몰려…"정책 재정비 시급"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전세 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금리 인상기의 조정장이 끝나자마자 급반등한 매매 가격이 전셋값을 자극해 서민들과 중산층의 주거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세는 물론 월세까지 오르면서, 이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이사 조차 어려워진 실정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몇 개월 사이 눈에 띄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1만 6000건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고,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면서 시장에 나온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강남·마포·성동구 등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 예정 단지나 학군 수요가 몰리는 곳은 전세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귀하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가격 부담이 크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전세 가격도 뒤따라 오르고 있다.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어, 전세 수요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세 시장 불안이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세제 정책 변화, 금리 안정화, 그리고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발생한 계약갱신 물량 집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세난 현실은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5년 실거래가 기준 아파트 평균 전세금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 90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5억 3710만 원) 대비 2년 만에 5460만 원이나 상승한 수치다.

    특히 고가 지역일수록 상승폭이 컸다. 서초구는 전세 보증금이 1억 원 넘게 올라 9억 8550만 원에 달했으며, 용산구는 8340만 원, 마포구는 7610만 원, 강남구는 3970만 원, 송파구는 6350만 원, 종로구는 9590만 원씩 각각 올랐다.

    서울 외에도 경기도 과천시의 전세금은 무려 2억 원 이상 올라 8억 588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수도권 외곽 지역마저 고가 전세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연합뉴스
    전세 계약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자산 형성이 미진한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월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증가로 월세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원룸 평균 월세는 100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전용 59제곱미터(㎡) 아파트의 반전세(보증금 5000만 원 + 월세 100만 원)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까지 위축시키며 전반적인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이후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적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세제 정책 변화와 금리 상황에 따라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반복되면서, 중장기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과 더불어 임대차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공공임대 공급과 더불어 전월세 가격 안정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금의 전세난, 월세난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울시는 '역세권 첫집'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도심 내 공급 확대와 금융 지원 병행, 임대차 법제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가 없고, 월세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정한 주거를 감내하며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은 없는 모습이다. 당분간 전·월세 시장의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