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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 현판 ⓒ서성진 기자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3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전세 낀 갭 투자로 구입한 뒤 국민에게는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고 해 국민적 공분을 샀는데, 애먼 국토부 대변인이 직무배제 조치를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25일 박지홍 국토부 대변인을 별다른 설명 없이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전 차관의 실언으로 촉발된 논란의 책임을 내부 직원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언론 대응을 총괄하는 1급 간부가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이 전 차관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서 내놓은 것으로,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사과 영상이 국토부 공식 유튜브에 올라왔고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이 전 차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사퇴한 당사자는 물러났고, 실질적 피해는 엉뚱한 대변인에게 돌아갔다. 이 차관의 유튜브 방송 출연을 대변인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논란이 커진 이후 발표한 이 차관의 사과도 대변인실의 기획 실수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를 비롯한 공직 내부에선 이를 두고 명백한 책임전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언의 주체는 차관이며, 사과의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인식 자체가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정책 실패는 전 정부 탓, 인사 실패는 내부 직원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에 '위로는 관대하고 아래는 가혹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특히 대변인은 차관의 발언을 기획하거나 승인할 권한이 없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여론 수습 과정에서 희생양처럼 처리됐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조직 내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면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조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한 정부가 자기반성은커녕 내부 직원에게 잘못을 덮어씌우는 전형적인 '책임전가'로 비춰진다.
이 전 차관의 실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 사건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할 문제이지, 대변인 한 명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상처를 공감한다면, 잘못 없는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인사 시스템과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또 유사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