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임 절차 개시 … 실적·주가 최고치에도 정권 교체 후 기류 변화 변수
  •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우리금융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우리금융
    우리금융지주가 내년 3월 임종룡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임 회장이 그룹의 종합금융체제 완성과 내부통제 안정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만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환경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8일 회의를 열고 경영승계규정 및 최고경영자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약 두 달간 후보군 검증과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상시적으로 관리해 온 내·외부 후보군 약 15명을 대상으로 역량평가, 인터뷰, 경영계획 발표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최종 후보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종합금융그룹 완성·성과 안정 … 연임 가능성 ‘우세’

    시장에서는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취임 이후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은행 중심에서 종합금융그룹 체제로 확장했다.

    올해 8월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해 보험 부문을 확보했으며,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으며 종합증권사로 전환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3대 축을 완성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우리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9758억원으로, 전분기(9353억원)를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 취임(2023년 3월) 이후 우리금융 주가도 1만1000원대에서 2만5000원 수준으로 올라 약 120% 상승했다.

    임 회장은 최근 ‘미래동반 성장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며 2030년까지 총 80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물려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경험이 풍부한 리더로서 정부 정책과의 조율 능력도 강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료 출신 회장’의 무게 … 정치 환경 변화 맞물려 주목

    다만 임 회장의 관료 출신 이력은 연임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한때 경제부총리로 내정됐다가 정치적 상황으로 지명이 철회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도 국무총리·경제부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처럼 여러 정권에서 주요 경제라인에 이름이 올랐던 만큼, 민간 금융지주 수장으로서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관료 출신 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던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 빈번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KB금융 어윤대, 하나금융 김승유, KDB금융 강만수, NH농협금융 임종룡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이 주요 금융지주를 이끌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로는 내부 승진 인사가 주류가 됐으며,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관료 출신 회장은 임 회장이 유일하다.

    정치 환경의 변화도 임 회장에게는 변수로 꼽힌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임 회장 선임 당시부터 “관료 출신의 민간 금융사 회장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정권 교체로 민주당이 집권세력으로 복귀하면서 금융당국을 통한 간접적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임 회장 재임 기간 일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리스크가 불거졌던 점도 연임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정치적 환경과 정책 기조 변화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당국과의 관계 설정이 연임 여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