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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전유경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평생에 걸쳐 병원을 오가며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 치료를 가정에서 스스로 투약하는 피하주사 방식으로 전환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필수 외래 방문'으로 여겨졌던 치료 패턴에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전유경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황성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베돌리주맙(Vedolizumab) 정맥주사 치료를 유지하던 염증성 장질환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피하주사로 전환해 24주간 투약한 결과, 환자 71.3%가 피하주사를 성공적으로 지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소화기학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게재됐다.
염증성 장질환(IBD)은 장 내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혈변,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치료 목표는 염증이 사라진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부 환자들은 관해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생물학제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문제는 생물학제제가 대부분 정맥 투여 형태라는 점이다. 환자들은 1~2개월마다 병원에 방문해야 했고 투약 시기를 놓치면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로 돌아갈 위험이 컸다. 길게는 평생 병원 방문을 반복해야 해 환자들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매우 컸다.
최근 생물학제제 가운데 일부는 가정에서 맞을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베돌리주맙도 피하 투여가 가능한 제형이 도입됐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가 제한적이어서 실제 전환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정맥주사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 피하주사로 전환한 뒤 24주간 2주에 한 번 투여를 진행했다. 그 결과 71.3%의 환자가 피하주사를 중단하지 않고 유지했으며, 24% 정도가 주사부위 가려움·통증 등 국소 부반응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경미했다. 전신 부작용은 2%에 불과했다.
반면 전환 시점에 스테로이드를 병용하고 있거나, 정맥주사 단계에서 치료 반응이 낮아 4주 간격 '단축 투여'가 필요했던 일부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피하주사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건을 '전환 시 고려해야 할 임상적 지표'로 제시했다.
전유경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이 치료 순응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관해기에 도달한 환자라면 전문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일상 복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베돌리주맙 피하주사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첫 근거로 정맥주사 중심의 치료 패턴을 바꾸고 환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