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대신 전화하면 '뺑뺑이' 사라지나비어있는 '배후 진료' 인프라가 본질적 한계'긴급' 환자 집중하는 정부 vs "국민 체감 없을 것" 현장 냉소이송 후 책임소재 공포 ... '유령 데이터' 불신도 한계요인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지난해 12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구급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질타했다. 119 대원과 환자 가족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비정상적 구조를 타파하고 의료기관이 책임지고 환자를 수용하는 국가 책임 응급의료를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특단 대책 지시 한 달 만에 정부가 개선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현장 반응은 차갑다. 이송 체계의 주도권을 소방에서 복지부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한 이번 대책에 대해 의료계는 "전화기를 든 사람만 바뀌는 격"이라며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의 핵심은 중증도 분류(KTAS) 2단계인 '긴급' 이상 환자가 발생하면 현장 구급대원이 아닌 복지부 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병원 선정과 수용 문의를 전담하는 것이다. 

    상황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 전문의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적 병원을 매칭하고 이송이 지연될 경우 일단 환자를 받아 응급처치부터 하는 '우선 수용 병원' 제도 도입도 함께 거론됐다.

    당초 수도권 및 부울경 적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관계기관 간 조율 끝에 광주·전남에서 시범 사업 형태로 먼저 시행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났다. 

    정부는 "구급대원의 병원 섭외 부담을 줄이고 이송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설 명절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땜질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대상으로 삼는 KTAS 1~2단계 중증 환자군은 현 체계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며 "정작 배후 진료가 마비된 영역의 문제는 이번 대책에서 비껴가 있어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배후진료 공백 그대로인데 전화만 바꿔 … 반쪽 대책

    현장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꼽는 가장 큰 한계는 '최종 치료 인프라'의 부재다. 뺑뺑이의 본질은 환자를 보낼 곳을 몰라서가 아니라 환자를 받을 특정과 의료진이 없거나 중환자실 병상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전화를 소방이 하느냐, 복지부가 하느냐, 병원을 지정하느냐는 부차적 문제라는 얘기다. 중앙정부가 알아본다고 해서 없던 인력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

    수도권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환자를 받을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고 배후 진료 인력이 비어 있는데, 전화 주체만 바뀐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입원과 수술이 막힌 상태에서 입구(응급실 접수)만 넓히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는 Everywhere(어디서나), Everytime(언제나), Everything(모든 치료)으로 설명된다. 어디서나·언제나를 강화할 수는 있어도 모든 치료를 담보하기 어려운 생태계"라면서 "실질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콘트롤타워는 간판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응급실 책임소재 공포 ... '유령 데이터' 불신

    법적 책임 소재와 데이터 신뢰도 역시 이번 대책이 넘어야 할 높은 벽으로 꼽힌다. 광역상황실이 책임지고 병원을 선정하더라도 실제 대응이 가능한지 여부나 의료 사고 발생시 법적·행정적 부담이 어디로 귀속되는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한 지역 응급센터 의료진은 "결정권은 상부 상황실로 올라가는데 책임은 하부 현장에 남는 구조"라며 "이 상태에서 우선 수용을 사실상 강제하면 병원은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더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자원 데이터의 부정확성이 혼란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스템상 수용 가능으로 표시돼도 실제로는 마취과 인력이 없거나 시술팀이 가동되지 않는 등 현장에선 이른바 '유령 데이터'가 적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다. 

    또 다른 과제로는 상황실 인력 구성 문제가 꼽힌다. 광역상황실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해야 하지만 현재 의료 인력난 속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송 체계 개선안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화 주체 변경을 넘어 배후 진료 인력 확충, 실시간 자원 정보의 정확성 제고, 현장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완화할 제도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