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유지 기준 강화 … 관리종목-퇴출 압박 현실화기술특례 상장 모델 한계 노출 … 실적 없는 기업 구조조정'기술이전 성과 입증' 바이오벤처, IPO 대기 … '선별 투자' 기준 변화기대 아닌 현금화 가능성 평가 … K-바이오 상장 생태계 세대교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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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 ⓒ뉴시스
금융당국이 상장 유지 조건을 강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공모시장이 구조적 선별 국면에 들어섰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1세대 바이오기업들이 실적과 사업성 검증이라는 현실적 시험대에 오르면서 '옥석 가리기' 압박이 커지고 있다.반면 상장 전에 이미 기술이전 성과로 경쟁력을 입증한 바이오벤처들은 신규 IPO(기업공개) 후보군으로 부상하면서 자본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와 가능성 중심이던 공모시장 평가기준이 성과와 현금화 가능성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K-바이오 상장 생태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제약·바이오업종이 다시 한번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감사의견 거절, 자본잠식, 공시 위반 등으로 퇴출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이 적잖은 가운데 시가총액 및 동전주(1000원 미만) 기준까지 강화하면 소형 바이오주의 생존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금융위원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시총 요건 상향 △동전주 상폐 규정 신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적용 △공시위반요건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현재 상폐 절차가 진행되거나 사유가 발생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재무건전성 또는 회계 신뢰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올 들어 상장폐지가 결정된 곳은 카이노스메드, 파멥신, 제일바이오, 엔케이맥스 등 4곳이다. 현재 엔케이맥스와 카이노스메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절차가 보류된 상태이며 제일바이오는 상폐 절차가 진행 중이다.감사의견 문제로 심의가 이어지는 기업도 있다. 제넨바이오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적격성 심의를 받고 있다. 셀리버리와 카나리아바이오는 상폐 사유 발생으로 매매가 정지됐다. 유틸렉스는 불성실공시로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이밖에 세종메디칼, 아이큐어, 메디콕스, 에스디생명공학 등 다수 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이 상폐 사유 발생으로 실질심사를 받았고 현재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기술특례상장제도는 국내 바이오산업 성장의 핵심 통로였다. 매출이나 이익이 없더라도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다수 바이오벤처가 이 제도로 자본시장에 진입해 연구개발 자본을 확보하고 산업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임상 지연, 사업화 실패, 적자 누적 등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상장 이후 장기간 사업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채 연구개발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신뢰 문제까지 제기됐다.특히 시총 기준이 200억원으로 상향되면 기술특례로 상장한 초기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관리종목 또는 상폐 위험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활용되던 액면병합 등 형식적 주가 방어전략도 더 이상 유효한 대응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히 일부 기업의 퇴출 문제를 넘어 기술특례 상장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재점검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매출 없이 장기간 적자를 지속하는 구조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의미다.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바이오업종은 미래 기술가치를 전제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젠 최소한의 재무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중소형 바이오 중심으로 M&A나 자진 상폐 검토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시장에서는 이를 제도 실패라기보다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장 기대 중심으로 확장됐던 시장이 실적 중심 구조로 정리되는 단계라는 해석이다.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A증권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상장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젠 상장 이후 생존능력이 핵심 평가기준이 됐다"며 "기술특례제도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이 실질 성과를 요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 ▲ 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신규 상장 후보군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IPO를 준비하는 바이오벤처들은 기술이전 계약이나 플랫폼 기술 검증 성과를 확보한 경우가 많다. 단순 연구개발 단계 기업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투자자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공모시장에는 파이프라인 수와 임상 진입 여부가 기업가치의 핵심 근거였다. 최근에는 기술이 실제 거래로 이어졌는지,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관계가 형성됐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기술의 개념적 가치보다 실제 수익 창출 가능성과 사업 실행력이 더 중요한 판단이 되는 흐름이다.B증권 IPO 담당 연구원은 "최근 IPO 심사와 투자 판단에서 가장 많이 보는 건 기술이 아니라 거래"라며 "기술이전 계약 규모, 파트너 수준, 현금 유입 구조가 확인되지 않으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하면서 상반기 바이오 IPO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이달 23~27일,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은 상장 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의향을 확인해 최종 공모가를 정하는 절차다. IPO 흥행 여부와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카나프테라퓨틱스가 올해 바이오 IPO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제넨텍 출신 이병철 대표가 2019년 설립한 회사로, 인간 유전체 기반 약물 개발 플랫폼을 토대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오스코텍 △유한양행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기존 ADC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낮은 용해도와 독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링커와 페이로드를 적용한 차세대 ADC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이번 IPO를 통해 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1만6000~2만원으로, 예상 공모금액은 320억~400억원, 상장 후 예상 시총은 2100억~2600억원 수준이다.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바이오부문장 출신 하경식 대표가 2020년 설립한 항체 기반 신약개발기업이다. 설립 4년 만에 조(兆) 단위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며 경쟁력을 입증했다.2024년 6월 자가면역질환 이중항체 후보물질 'IMB-101'을 미국 내비게이터 메디신에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데 이어 두 달 뒤 중국 화동제약과도 4309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공모 주식수는 200만주로,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9000~2만 6000원이다. 예상 공모금액은 380억~520억원, 상장 후 예상 시총은 2810억~3845억 원 수준이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과 신규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미국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기업인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IPO 절차에 돌입했다.안구망막질환 치료제, 녹내장 치료제, 만성신장질환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회사로, 특히 미세혈관 내피세포의 염증과 누출을 억제해 혈관 기능을 회복시키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은 안구 질환 치료제 'IGT-427'로, 2022년 글로벌 제약사와 최대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신경퇴행성 질환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아델도 올해 IPO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 교수가 2016년 창업한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벤처다.아델은 지난해 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프랑스 사노피에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ND 승인을 받아 다국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파이프라인 잠재력을 앞세운 바이오텍들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기술이전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결국 현재 공모시장은 퇴출과 진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세대교체 국면에 있다. 기술특례 기반 1세대 기업은 생존능력을 검증받고 있고, 기술수출 성과를 확보한 2세대 기업은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 기준과 평가방식이 새롭게 정립되는 과정에서 K-바이오 공모시장이 사실상 '리셋'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C 벤처캐피털 바이오 투자 담당 임원은 "이번 변화는 단순한 시장 위축이 아니라 산업 체질 개선 과정에 가깝다"며 "자본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