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성북 우리아이들병원, 진료공백 막을 전문병원 역할론 강화 심야 신환 절반 육박 … 경증 아닌 적극 처치 77% 정성관 이사장 "광역단위로 바뀌는 진료권 … 모델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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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야간 소아진료가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국가적 지원 없이 시작한 '친구클리닉'이 4개월간 1만2600명의 아이들을 받아냈다. 대학병원 응급실조차 경증·중등증 소아환자 진료를 사실상 중단한 밤 시간대, 부모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곳은 결국 민간이 스스로 만든 이 24시간 클리닉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지난 19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발표한 친구클리닉 4~7월 운영 데이터를 공개했다. 

    우리아이들병원(구로),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합한 야간·심야 내원 규모는 약 1만2600명이었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에는 기존 환자가 아닌 신규 내원, 즉 처음 병원을 찾는 보호자가 절반 가까이로 폭증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소아 야간진료 공백으로 국가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심야에 처음 병원에 오는 보호자가 이 정도라는 건 지역의 야간 소아진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24시간 소아진료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라고 밝혔다.

    우리아이들병원(구로)은 밤 10시 이후 신환 비율이 41%,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48%였다. 주간에는 재진이 중심이지만 심야에는 처음 방문하는 보호자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이는 야간 소아진료가 기존 의료시스템 내에서는 사실상 제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다.

    대학병원 응급실이 경증 소아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동네 소아과는 저녁이면 문을 닫는 구조에서 부모들은 심야에 갈 곳을 잃는다.

    ◆ 77% 검사·수액·입원 필요 … 밤이 되면 진료권이 '광역화'

    친구클리닉 4개월 데이터를 보면 발열(56%), 기침·콧물(39%), 구토·복통(28%)이 주요 방문 증상이었다. 더 중요한 점은 적극적 처치가 77%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혈액검사, 수액, 입원, 상급병원 의뢰 등 단순 상담이나 안심이 아닌 실제 의료 개입이 필요한 환아가 대부분이었다.

    정 이사장은 "밤에는 보호자가 불안해서 오는 게 아니라 실제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이 시간대 진료가 사라지면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과 필수의료 공백은 훨씬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주간 재진 내원은 기존 생활권 중심이지만, 밤이 되면 진료권은 광역생활권으로 확장된다.

    우리아이들병원은 광명·부천에서,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남양주·의정부 등 서울 외곽과 경기권에서 내원이 크게 늘었다. 이는 야간 소아진료 기관이 사실상 서울 전역에서 손에 꼽힌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 이사장은 "야간 소아진료는 이미 생활권 단위가 아니라 광역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며 "문을 열고 있는 병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구클리닉은 정부의 지원체계 없이 재단 자체 인력과 재정으로 운영돼 왔다. 그럼에도 보호자 만족도는 두 병원 모두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예약 없이 바로 진료가 가능하고 전문의가 야간에도 상주하며, 검사·처치가 즉시 가능하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대기 시간이 존재하더라도 "그 시간에 열려 있는 병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라는 반응이 많았다.
  • ▲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우리아이들의료재단
    ▲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우리아이들의료재단
    ◆ 데이터가 증명한 야간 소아진료의 구조적 파열음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이번 친구클리닉 4개월 데이터를 토대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75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총 네 편의 초록을 발표했다.

    취약시간대 신환 비율 증가, 광역 유입 확대, 적극적 처치 비율 등은 모두 야간 소아진료 공백이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교뇌 해면상 혈관종의 급성 출혈로 신경학적 마비가 나타난 소아환자 사례, 반복적인 경부 림프절염을 보인 환아에서 SLE(전신홍반루푸스) 가능성이 확인된 증례 등 희귀·난치성 신경·면역질환 분석도 함께 발표됐다.

    이는 단순 응급 대응을 넘어 소아 전문병원으로서 진단·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이사장은 "친구클리닉은 한 병원의 운영 방식이 아니라 야간 소아진료가 붕괴된 상황에서 필수의료 체계의 한 축을 맡아야 하는 모델"이라며 "이번 데이터는 민간이 메운 공백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안정적인 시스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