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최초 국산 항암제, 글로벌 시장서 마일스톤 유입NCCN '표준요법' 등재 … 실처방 확대-수익성 제고 기대대사질환-알레르기 등 신약개발로 파이프라인 확장 병행승인 지연 등 변수 대비 … 원가율 등 수익구조 안정화 필요
  • ▲ 유한양행. ⓒ연합뉴스
    ▲ 유한양행. ⓒ연합뉴스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노리는 유한양행이 '국내 1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제'를 기반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동시에 대사질환 중심의 R&D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도 병행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 컨센서스 분석 결과 유한양행은 올해 매출 2조2407억원, 영업이익 1292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2조677억원에 비해 8.36% 늘어나면서 2년 연속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이후 6년 연속 성장해 최근 10년새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8억원에서 135% 뛰면서 최근 10년새 최고 실적을 기록, 사상 첫 '영업익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실적 개선을 이끄는 축은 항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FDA 허가를 받은 혁신 신약이다.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 바이오테크로부터 지난달 말 4500만달러(약 64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관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았다. 얀센이 세계 최대 제약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레이저티닙 상업화에 성공하면서다.

    레이저티닙은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진전과 함께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가 늘어나는 구조다. 제품 생산이나 납품 과정이 없어 원재료비나 생산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원가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당시 유한양행은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얀센이 이전했다. 기술이전 계약 총 규모는 9억5000만달러(약 1조3500억원)로, 계약금은 5000만달러이며 나머지 9억달러가 마일스톤 달성에 따른 기술료다.

    올 들어 10월까지 얀센으로부터 받은 레이저티닙 마일스톤은 총 2억2000만달러(약 3140억원)에 달한다. 최근 중국 마일스톤에 5월 발생한 일본 상업화 마일스톤 달성까지 포함하면 올 한해만 받은 금액이 6000만달러에 육박한다.

    얀센은 주요 시장에서 레이저티닙과 자사 표적항암제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폐암 1차 치료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넓히고 있다. 2024년 8월 미국을 시작으로 2025년 1월 유럽, 3월 일본, 7월 중국에서 각각 승인을 획득했다.

    특히 병용요법이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치료지침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있어 '표준요법(preferred)'으로 격상되면서 로열티 확대도 예상된다.

    NCCN은 전세계 암 진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가이드라인으로, 제약사 신약개발 전략과 각국 보험 등재 과정에서 직접적인 기준이 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방 우선순위가 높아지면 병용요법의 실제 사용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얀센의 매출이 늘면 유한양행의 로열티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유한양행은 주주서한을 통해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현재 여러 국가에서 품목 허가 및 출시가 예정돼 있어 출시 마일스톤의 발생이 지속할 것"이라며 "출시 지역 확대와 투약 편의성 개선에 따른 실처방 증가로 로열티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 외에도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 트렌드에 맞춰 대사질환 개발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한양행은 주주서한 발표에서 신약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반환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의 자체 개발 착수 계획을 밝혔다.

    YH25724는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됐다가 올해 3월 유한양행으로 반환된 신약후보 물질이다.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했으나, 임상1상 마친 단계에서 반환됐고 최근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이 물질은 외부에서 도입한 것이 아니라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물질인 만큼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GF21)와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의 이중작용제로, 체중 감량과 간 대사 개선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특히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간경화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군을 겨냥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 임상 진행도 목전에 두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시게르셉트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다국가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합성신약부문에서는 최우선 과제로 경구용 저분자 GLP-1을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연내 최적 선도물질을 확보하고, 2026년 초 독성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본격적인 전임상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 측은 "레이저티닙의 여러 모멘텀들이 유효하고 알레르기 치료제, YH25724, 경구용 비만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 역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일스톤이나 로열티 유입의 경우 외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우려가 상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승인 지연이나 경쟁 품목 등장, 국가별 급여 조건 등 변수가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익성의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기 위해서는 원가율 개선과 후속 신약 상용화 등을 통한 수익 기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상위 제약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경영진의 지속적이고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 성과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