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NCC 통폐합 임박9개 석유화학사 신용등급 하향 검토… 자금 조달 부담 심화대산 이어 울산·여수 산단 통폐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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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상당수 석유화학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를 떠안은 가운데, 업계는 정부에 제출할 사업재편안 마련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신용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다음 주 이사회에서 사업재편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대산산단에 HD현대케미칼과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NCC를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이 현금 출자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양사의 지분을 재조정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상 곧 안건이 이사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재편안 마련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지난 8월 주요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전체 연 1470만 톤 NCC 생산능력 중 270만~370만 톤(18~25%) 감축을 골자로 한 산업 재편을 주문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통합은 업계 첫 NCC 통폐합 사례가 될 전망이다.신용등급이 낮은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금 조달 여건 악화를 피하기 위해 재편 작업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황 반전과 구조조정의 가시화 없이는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사들의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신용평가 3사는 올해 상반기 정기평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일제히 하향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재무 안정성이 회복되지 못한 점이 강등의 주된 이유였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만에 신용도를 또다시 낮춘 것이다.이밖에도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하반기 신용등급 연쇄 하락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용평가 3사는 석유화학 기업 9곳에 대해 '하향 검토' 또는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상태다. '하향 검토'는 단기간 내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며, '부정적' 전망은 즉시 하향은 아니지만 향후 재무 추이에 따라 등급이 낮아질 수 있음을 뜻한다.현재 SK엔무브(AA)는 3개 신평사 모두에서 하향 검토 대상이다. AA급에서는 LG화학(AA+), 한화토탈에너지스(AA-), 한화솔루션(AA-), SK지오센트릭(AA-)이 2개 기관으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A급에서는 HD현대케미칼(A)이 3개사 모두, 여천NCC(A-)가 2개사에서 부정적 전망을 부여 받았다.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석유화학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추가 등급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신용도가 낮아지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돼 심화된 자금난은 다시 신용도 하락으로 연결된다. 갈수록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 전반에 압박이 가중된다는 의미다.다른 산업단지에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도 정부가 정한 연말 데드라인을 앞두고 통폐합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산단에서는 설비 통합을 협의 중인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이 지난달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뒤늦게 컨설팅이 시작됐지만, 세 기업 모두 속도감 있게 사업재편안을 마련해 제출한다는 계획이다.여수산단도 상황이 긴박하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통합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다른 산단과 비교하면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LG화학의 차입금은 33조 5875억원, 부채비율은 113%로, 6월 말 차입금 31조 8000억원, 부채비율 110%에서 더 악화한 수치다. 차입 부담과 재무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올해 3분기 실적에서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자폭을 다소 줄였지만, 반짝 실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먼저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