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난 장기화 … 신규 라인도 2026년까진 '목마름'생산 인프라 확충 경쟁 본격화 … 삼성·SK, 속도 싸움 돌입과도한 재고 축적 가능성도 변수 … '공급자 우위' 당분간 지속
  • ▲ SK하이닉스 HBM3E 12단 이미지ⓒ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12단 이미지ⓒSK하이닉스
    AI 서버 투자가 폭증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 인프라 확충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HBM 생산능력의 안정화 속도와 증설 규모가 향후 경쟁력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확대로 이어질 신규 라인의 효과가 제한적이라 당분간 '공급자 우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BM과 고용량 DRAM 수요는 AI 추론 시장 확대와 데이터 처리량 증가로 구조적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웨이퍼 투입량을 보수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전체 DRAM·낸드 공급 비율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 중심으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선행 수요가 발생하고, 고부가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현 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현재 메모리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돼 있어 빠듯한 구조가 유지 중이다. AI 추론 작업 증가로 HBM·고용량 DRAM·eSSD 등 고부가 제품의 동반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 호황기 대비 생산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공격적인 증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도 공급 확대가 더딘 이유로 지목된다. 
  •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특히 빅테크가 서버 투자를 늘리면서 메모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 재고가 예상보다 빨리 줄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의 선제적 재고 축적이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업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부족 현상 속에서 생산거점 확장과 물량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공급 물량 협상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마무리했고, 청주 M15X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며 HBM 생산 확대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P4 라인을 중심으로 HBM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에 본격 착수했다.

    다만 공급 확대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양사 모두의 공통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간한 '2026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신규 라인은 장비 반입 후 안정화까지 최소 수개월이 필요해 2026년 말까지 공급여력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 SK하이닉스 청주 M15X 팹ⓒ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청주 M15X 팹ⓒSK하이닉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기존 서버 업그레이드, 신규 IT장비 반입 증가 등 대내외적인 호재가 지속되며 안정적인 흐름을 뒷받침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서버용·범용 DRAM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가격 상승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생산 조절 기조가 맞물리며 평균 판가가 오르는 공급자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빅테크·서버 ODM 업체들의 재고 축적이 과도해 재고 조정에 돌입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평은 AI 투자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메모리를 확보한 만큼 향후 재고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경우 단기적인 수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기 확보 경쟁이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신규 라인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생산 능력 확보 속도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부 고객사가 선제적으로 메모리를 확보하면서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쌓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재고 조정 여부가 단기 수요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