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유출·면세 철수·구조조정 … 리스크가 시장을 흔들었다AI·합작법인·퀵커머스 … 새 변수들이 경쟁구조를 다시 썼다중국 공습·해외 확장·명품 전쟁 … 유통의 경계가 재정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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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유통업계는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 판이 짜여진 한 해였다. 소비 둔화와 고금리 충격 속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됐고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산업 신뢰도까지 흔들리며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반면 인공지능(AI) 확산과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출범, 중국발 유통 공세 등 새로운 경쟁 변수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시장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됐다. 올 한 해 유통업계가 직면한 10대 이슈를 짚어봤다.

    ◇ 대형마트 위기 현실화한 홈플러스 사태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법원에 기업회생(법인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업계 전체를 흔들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후폭풍은 거셌다. 홈플러스 사태는 대형마트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매장 철수·폐점 논의는 협력사 재무 부담과 소비자 불안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계획안 제출 등 구조조정과 재무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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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상 전국민 털렸다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

    쿠팡은 약 3370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올해 유통업계 최대 리스크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달 18일 약 4500개 계정의 개인정보 노출을 인지한 뒤 당국에 신고했으나 추가 조사 결과 전체 고객 규모를 사실상 뛰어넘는 수준의 정보가 해킹을 통해 무단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출 범위는 이름·이메일·배송지 주소록·일부 주문정보 등으로 결제·카드 정보 등은 제외됐다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모든 고객이 피해 대상일 수 있다고 본다. 쿠팡의 활성 고객(3분기 기준 2470만명) 규모를 고려하면 전 국민 4명 중 3명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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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유통업계 핵심 전략으로 부상

    국내 유통업계는 올해 인공지능(AI)을 중심축으로 산업 구조 개편이 가속됐다. 재고·물류·고객경험·마케팅까지 AI 적용 영역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의사결정 기반 자체가 바뀌고 백화점과 이커머스업계도 AI 기반 BI 플랫폼·생성형 쇼핑 어시스턴트 등 고객 데이터를 분석·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 속도와 개인화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산업 설계 변화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AI가 향후 경쟁력 격차를 좌우할 변수라고 본다. 롯데마트·이마트 등이 할인 최적화, 추천 서비스, 폐기율 개선 등 매장 운영 영역까지 AI를 확장하며 실제 매출·효율 개선 성과를 확인했고 홈쇼핑·편의점 업계도 콘텐츠 기획부터 발주 시스템까지 AI 고도화를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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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면세점 탈출 러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잇따라 인천국제공항에서 손을 뗐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이사회에서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포함한 DF2 권역 사업권 반납을 의결했고 앞서 9월 신라면세점도 DF1 사업권을 포기했다.

    공항 면세점은 오랜 기간 업계 상징적 채널로 평가됐지만 고환율·소비 둔화·중국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부진한 데다 적자 누적이 심화되며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양사의 철수를 이끌었다.

    이번 철수는 공항 유통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면세점은 수십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었고 임대료 조정 요구가 법원 권고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조기 철수가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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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이 직접 지휘 … 알리바바와 손잡은 신세계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이 이사회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이사회 의장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맡으며, 그룹 차원의 전력 투입을 통해 침체됐던 G마켓·옥션의 재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알리바바의 기술력·자금력과 신세계의 유통 운영 경험이 결합되면서 합작법인은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출범은 단순 지분 결합을 넘어 신세계가 이커머스 전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정용진 회장이 JV를 직접 지휘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사업 혁신을 주도할 기반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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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는 정체, 해외는 호황 … 성장 엔진은 국외로

    유통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롯데쇼핑은 해외 할인점에서 3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국내 적자를 상쇄했고 베트남 롯데몰은 개점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2500만명·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며 현지 대표 복합몰로 안착했다.

    이마트 역시 몽골·베트남을 중심으로 점포 수를 확대하고 PB 전문점 노브랜드를 필리핀·라오스로 확장해 상반기 수출 매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해외 사업이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CU는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에 750개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대표 해외 편의점으로 자리 잡았고 GS25는 베트남에서 연 매출 30% 성장을 기록하며 4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마트24도 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으로 확장을 이어가며 마스터프랜차이즈 기반 해외 모델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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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유통 공세 본격화 … 플랫폼 넘어 물류·오프라인까지 침투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세가 국내 유통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은 플랫폼 경쟁이 아닌 물류망 구축을 우선하는 역전 전략을 택했다. 인천·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세우고 CJ대한통운 등 국내 택배사와 라스트마일 계약을 체결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 최단 12시간 배송을 구현 중이다.

    중국 기업의 오프라인 침투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판 다이소 요요소가 전북 군산 입점하고 철수했다가 재진출한 미니소는 대학로·홍대 등 핵심 상권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플랫폼이 물류·브랜드·가격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공략할 경우 기존 유통 질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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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 단위 싸움으로 번졌다… 유통업 새 주도권은 퀵

    유통업계가 초 단위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편의점·대형마트·이커머스가 모두 퀵커머스를 신성장축으로 바라보며 전장을 넓혔다. GS25는 배달 플랫폼 3사에 모두 입점해 2만여 종 즉시 배송을 구현했고,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도 제휴망을 확대했다.

    이마트·홈플러스·SSG닷컴·마켓컬리 등 대형 유통사까지 바로배송 경쟁에 합류하며 퀵커머스 전선은 유통 전 채널로 확산됐다. 업계는 퀵커머스 시장을 향후 유통 주도권을 결정할 변수로 본다. 국내 시장은 2025년 4조4000억원에서 2030년 5조9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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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의 승부수는 럭셔리 … VIP 붙잡기 전쟁 가열

    국내 백화점들이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에 속도를 내며 매장 재단장과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럭셔리 맨션으로 바꾸고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은 물론 티파니·반클리프아펠·롤렉스 등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브랜드까지 전면 리뉴얼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을 럭셔리 롯데타운으로 설계하며 그라프·제이콥앤코 등 초고가 브랜드를 추가했고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역시 매장 이전·확장·신규 입점을 통해 명품 라인업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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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비 줄이고 체질 바꾸는 생존 국면

    올해 유통업계 전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한파가 불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시장 경쟁 구도가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24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금전 보상과 함께 점포 운영 기회를 제공하는 커리어 리뉴얼 방식까지 내놓으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그룹도 롯데웰푸드·롯데칠성·코리아세븐·롯데멤버스를 중심으로 잇따른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면세점인 현대·신라와 이커머스 11번가 역시 감축 기조를 이어갔다.